나오리스 CEO "양자 카운트다운 시작... 업계 무관심 심각"
'지금 수확, 나중에 해독' 전략으로 암호화 데이터 축적 중
AI 결합 양자 컴퓨팅, '침묵의 붕괴'로 신뢰 기반 잠식 우려
중앙 집중화된 인프라, 비트코인 양자 위협에 취약점 노출
'지금 수확, 나중에 해독' 전략으로 암호화 데이터 축적 중
AI 결합 양자 컴퓨팅, '침묵의 붕괴'로 신뢰 기반 잠식 우려
중앙 집중화된 인프라, 비트코인 양자 위협에 취약점 노출

21일(현지시각)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해커 출신으로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된 데이비드 카발류 나오리스 프로토콜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 업계가 양자 컴퓨팅이라는 실존적 위협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하다고 지적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블록체인의 암호 기반이 위험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양자 위협, 이미 시작된 '지금 수확하고 나중에 해독' 전략
카르발류 CEO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체인의 기반이 되는 암호화는 전 세계의 다른 암호화만큼이나 취약하다"며, "유성이 공룡을 잡아먹듯, 양자 기술이 모든 것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양자 컴퓨터가 비트코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공상과학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이미 정부와 기술 대기업들이 "지금 수확하고 나중에 해독(Harvest Now, Decrypt Later)" 모델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 수확하고 나중에 해독'하는 전략은 현재는 암호화돼 있어 해독할 수 없는 데이터를 일단 수집하고 저장해 둔 다음, 미래에 기술이 발전해 해독이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과 같은 연방 기관들은 2022년부터 양자 저항 알고리즘 도입의 시급성을 경고해 왔으며, 백악관은 NSA에 정부 계약업체들이 2035년까지 양자 암호 이후 기술로 전환하도록 권고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의 양자 기술은 비트코인의 SHA-256 해시 함수나 암호 키를 보호하는 타원 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ECDSA)을 해독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카르발류 CEO는 특히 AI와 결합될 경우 기하급수적인 혁신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국가 지원 세력과 사이버 범죄 조직들은 암호화된 블록체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양자 하드웨어가 개발되면 이를 해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르발류 CEO는 "지금 암호화된 블록체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적들은 오늘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그들은 미래를 위한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이 따라잡으면 10년 치 비밀을 단 몇 분 만에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결합 양자 컴퓨팅, 비트코인의 '침묵의 붕괴' 경고
대부분의 양자 위협 논의가 암호 키에 대한 무차별 대입 공격에 집중되는 반면, 카르발류 CEO는 진정한 위험이 양자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융합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양자 컴퓨팅과 AI가 결합될 경우, 암호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대신 정밀하게 파괴하는 은밀하고 비대칭적인 공격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오지 않을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다. 10년 된 비트코인 지갑이 해킹당했다는 경고도 받지 못할 거다. 자금이 이동한 모습만 보일 뿐, 누가 어떻게 해킹했는지 아무도 증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코인 절도를 넘어 신뢰 계층의 근본적인 붕괴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그는 이를 '침묵의 붕괴(silent collapse)'라고 표현했다.
AI는 이미 사이버 보안에 활용되고 있지만, 잘못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악용될 수 있다. AI 공격자는 오픈소스 지갑에서 버그를 자동으로 스캔하고, 네트워크 동작에 실시간으로 적응할 수 있다. 만약 타원 곡선 개인 키를 해독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와 결합된다면, 그 결과는 시끄러운 침해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 집중화된 인프라가 비트코인의 약한 고리
비트코인의 탈중앙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프라는 여전히 심각한 중앙 집중화를 겪고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 채굴 풀, 검증자 네트워크 등은 양자 컴퓨팅 능력을 갖춘 공격자들이 악용할 수 있는 취약한 병목 지점을 가지고 있다. 수백 개의 전체 노드를 호스팅하는 단일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공격을 받으면, 프로토콜 자체가 아무리 탈중앙화되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피해는 전체 네트워크에 파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대부분은 양자 컴퓨팅을 즉각적인 위협으로 보지 않으며, 널리 퍼진 공황감도 없다. 그러나 양자 저항 주소를 제안하는 BIP-360과 같은 방어책 모색이 시작되었으며, 카르발류의 나오리스 프로토콜과 같은 프로젝트들도 블록체인이 양자 이후 암호화 표준으로 전환하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협은 다가오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응 또한 커지고 있다. 남은 것은 암호화폐 생태계가 너무 늦기 전에 행동에 나설지 여부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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