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용병설’ vs 올트먼 ‘선교사 정신’ 전면전...윈드서프 직원들 "울고 웃고 또 울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부터 직접 나서 세계 최고 AI 연구자 명단을 작성하고 이메일과 쪽지를 통해 영입 활동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메타는 오픈AI에서만 최소 12명의 직원을 빼내려 노렸으며, 구글 딥마인드와 애플, 앤스로픽 등 경쟁사에서도 핵심 인재들을 공략했다고 WSJ는 전했다.
◇ 저커버그 직접 나선 'AI 드림팀' 구성
메타의 공격적 채용 전략은 올해 봄 저커버그가 OpenAI의 마크 첸 최고연구책임자(CRO)와 나눈 대화에서 시작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첸은 저거버그에게 메타가 AI 훈련용 하드웨어와 컴퓨팅 파워에 투자하는 금액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인재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커버그는 이후 캘리포니아 타호 호수와 팔로알토 자택으로 잠재적 채용 후보자들을 초대해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영입 활동을 벌였다. 메타는 특히 며칠 내 만료되는 '폭발적 제안'을 통해 경쟁사들이 맞설 시간을 주지 않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메타는 자료 표시 신생기업 스케일AI의 28세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새로운 '메타 초지능 연구소' 수장으로 영입했다. 메타는 왕을 데려오기 위해 스케일AI의 지분을 14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왕은 지난달 중순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이직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WSJ는 전했다.
메타는 또한 깃허브 전 CEO 나트 프리드먼과 AI 회사 세이프 초지능(SSI)의 대니얼 그로스 CEO도 영입했다. 두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메타는 이들의 벤처회사 NFDG 정리를 돕고 펀드 투자자들 지분의 최대 49%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 30억 달러 인수 무산된 윈드서프 격변
실리콘밸리 인재 전쟁의 최근 격전지는 AI 신생기업 윈드서프였다. 오픈AI가 윈드서프를 30억 달러(약 4조17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윈드서프의 바룬 모한 CEO는 구글과 24억 달러(약 3조34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신속하게 체결했다. 구글은 이 신생기업의 기술을 활용하고 핵심 인력 일부를 채용하는 이른바 '인재 인수' 거래를 진행했다. 지난 17일 전체 회의에서 모한의 이직 소식을 들은 일부 직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기 전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났다. 코딩 신생기업 코그니션의 CEO인 스콧 우가 윈드서프의 나머지 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윈드서프의 신임 CEO 제프 왕은 20일 직원들에게 지분 귀속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거래의 일환으로 급여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픈AI "누군가 우리 집에 침입했다" 강력 반발
메타의 인재 습격에 오픈AI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첸은 지난달 말 직원들에게 보낸 슬랙 쪽지에서 "지금 갑자기 직감적으로 뭔가가 느껴진다. 누군가 우리 집에 침입해서 뭔가를 훔쳐간 것 같다"고 썼다고 WSJ가 확인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직원들에게 "나는 우리 업계 전체가 얼마나 사명 지향적인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물론 용병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선교사들이 용병들을 이길 것"이라고 쪽지를 보냈다. 이는 벤처캐피털 거장 존 도어의 '선교사 대 용병' 개념을 인용한 것으로, 단순히 돈을 추구하는 '용병' 문화와 뜻 있는 일을 하려는 '선교사' 문화의 대립을 나타낸다.
오픈AI는 대응책으로 보상 꾸러미 조정에 나섰다. 첸은 직원들에게 "최고 인재를 인정하고 보상할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누군가 압력을 가하거나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다면 그냥 물러나라고 말하라"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메타의 공격적 채용이 실리콘밸리의 전통적 가치관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창업자와 직원을 하나로 묶었던 사회적 사명 중심의 기업 문화가 거액의 보상을 앞세운 '용병' 문화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