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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25년 기준 세계 항만 129곳 지분 확보…유럽 항로까지 영향력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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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25년 기준 세계 항만 129곳 지분 확보…유럽 항로까지 영향력 넓혀

COSCO, 발렌시아항 지분 51% 확보…컨테이너 물동량 급증
중국 국영기업이 해운업계 새판 짜며 시장 점유율 확대
2024년 10월 17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의 화물선과 선적 컨테이너.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0월 17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의 화물선과 선적 컨테이너. 사진=로이터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9(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 국영 선사 코스코쉬핑(COSCO SHIPPING, 이하 코스코)가 스페인 발렌시아항 터미널 지분 51%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홍콩 기반 기업 허치슨(Hutchison)이 블랙록(BlackRock) 등 미국계 투자자 그룹에 세계 40여 곳 항만을 약 230억 달러(약 31조 원)에 매각하는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코의 유럽 항만 투자 확대 행보가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코스코의 해외 항만 투자 확대 전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2004년 벨기에 앤트워프 컨테이너 시설 지분 인수에서 비롯됐다. 이후 2008년 그리스 피레우스 항만 운영권을 넘겨받으면서 유럽 항로 거점 확보에 속도를 올렸다. 피레우스 항구는 코스코가 인수한 뒤 단기간에 세계적인 물류 허브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 각지에서 중국 자본 영향력이 뚜렷해진 또 다른 계기는 2017년 스페인 발렌시아, 빌바오 항만 사업의 지분 51%를 약 2억 유로(323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코스코는 이 항만을 글로벌 터미널 포트폴리오 확장에 딱 들어맞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했다.
현지 항만 운송 통계와 유엔 해상 연결 지수(Shipping Connectivity Index)에 따르면, 20251~3월 기준 발렌시아항은 지중해에서 가장 연결성이 높은 항만으로 꼽힌다. 20251분기 지수는 610점으로, 2017년 코스코 투자 이후 빠르게 올랐다.

컨테이너 처리량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코스코가 지분을 가져간 2017년을 전후로, 발렌시아항을 통한 중국발 컨테이너 수입이 해마다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나가는 컨테이너 수출 물량은 그대로이거나 다소 줄었다. 스페인이 유럽연합(EU) 기준 미국을 거치지 않고 중국 상품을 직접 들여올 수 있는 대표 입구 가운데 한 곳이 된 셈이다.

◇ 중국, 거점 다변화·신흥국 진출도 속도


중국 해운·항만 기업의 해외 거점 확대는 유럽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국영기업 차이나 머천츠(China Merchants)20134억 유로(6460억 원)에 터미널링크(Terminal Link) 지분 49%를 인수했다. 이로써 유럽, 북아메리카,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129곳 이상의 항만에 중국 기업 자본이 들어갔다.

해운업계에서는 주요 해상 컨테이너 운송의 절반 이상을 코스코, 머스크(Maersk), MSC, CMA CGM 10곳이 채운다고 설명한다. 코스코 등 중국계 기업은 이런 글로벌 해운 사업자와 나란히 거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페인 현지 발렌시아항 관계자는 코스코 컨테이너선 입항이 늘어나면서 발렌시아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2024547TEU(1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그리스 피레우스항은 422TEU로 집계됐다.

◇ 변화의 흐름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은 중국의 무역·외교 확대 전략에 있어 핵심 대륙이며, 중국 정부가 최근 항만 거점 투자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주요 항만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기존 해운물류 구조에도 점차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3일대일로를 내세워 해외 항만·철도·물류 인프라 투자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유럽은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스페인의 경우, 중국과의 해상 운송이 늘어 전기차 등 새로운 품목의 유럽 진출량도 빠르게 늘었다.

중국이 글로벌 제조강국이 된 이후 중국 기업의 항만 인수·투자 확대가 유럽과 전 세계 해운·물류 흐름에 작지 않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게 시장과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