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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경제포럼, 창립자 비위 의혹에 신뢰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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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경제포럼, 창립자 비위 의혹에 신뢰도 '흔들'

슈밥, 110만 달러 무단 지출·여직원 성희롱 등 혐의
슈밥 측 "사적 이득 없었다" 전면 부인...스위스 당국 조사 임박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가 비위 의혹에 휩싸였다. 슈밥은 110만 달러 무단 지출과 여직원 성희롱 등 혐의를 받고 있으나, 사적 이득을 취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스위스 당국의 조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가 비위 의혹에 휩싸였다. 슈밥은 110만 달러 무단 지출과 여직원 성희롱 등 혐의를 받고 있으나, "사적 이득을 취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스위스 당국의 조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세계경제포럼(WEF), 이른바 '다보스 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을 둘러싸고 비위 의혹이 불거졌다. 2025년 4월 한 내부 고발로 시작된 WEF 이사회의 조사에서 슈밥의 위법 행위 정황이 드러났으나, 슈밥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해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내부 조사 예비 결과에 따르면, 올해 87세인 슈밥은 지난 10년간 조직을 '개인 왕국'처럼 여기며 영향력을 남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사관들은 슈밥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협박과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괴롭힘과 차별을 일상적으로 용인했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구체적인 재정 비리 혐의도 찾아냈다. 슈밥과 그의 아내 힐데 슈밥은 110만 달러(약 15억 원)를 웃도는 출장 경비를 제출했는데, 조사단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문제 삼았다. 특히 힐데 슈밥이 공식 직함 없이 남편의 출장에 동행하며 쓴 최고급 항공권과 비싼 숙박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와 따로, 업무 연관성이 거의 없는 베니스, 마이애미, 세이셸 여행 경비 약 6만 3000달러(약 8627만 원)를 포럼 돈으로 처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포럼 본부 인근의 호화주택 ‘빌라 문디’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 용도로 자금을 썼다는 의혹도 나왔다.

조사 결과 슈밥이 규정을 어기고 러시아산 찻잔 세트, 개인 맞춤형 티파니 커프스링크, 모피 코트 같은 고가 선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그의 법인 카드로 호텔 마사지 비용 14건을 결제했다가 뒤늦게 갚은 점도 확인됐다.
조사단은 여성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대우도 문제로 꼽았다. 슈밥은 2020년 6월 한 여성 고위 임원에게 심야에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나요"라는 이메일을 보내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임신한 여성이나 40세가 넘은 여성 직원의 경력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해를 끼치는 식으로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 '개인 왕국'처럼...각종 재정 비리·성추문 드러나

슈밥 측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서면 성명을 통해 "나와 아내는 개인적인 부를 쌓기 위해 포럼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30만 달러(약 17억 8022만 원)에 이르는 연봉 100만 스위스 프랑이 고정돼 있었고, 아내의 출장 경비는 규정은 없었으나 포럼과의 '신뢰에 기반한 양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받은 선물 대부분은 자선단체에 기부했으며, 자택 전화선이나 가정부 휴대전화 요금 등은 자택에서 이뤄지는 막대한 포럼 관련 업무와 손님 접대를 생각하면 정당한 경비라고 덧붙였다.

◇ 슈밥 "사적 이득 없어" 부인...포럼, 검찰 송치 검토

그러나 조사단은 슈밥이 포럼의 공신력까지 훼손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포럼의 핵심 보고서인 '세계 경쟁력 보고서'의 순위에 개인적으로 개입해 조작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인도의 낮은 점수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순위 상승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인도의 순위를 올리고 영국의 순위를 내리도록 압력을 가했다.

조사를 맡은 스위스 법무법인 홈버거는 8월 말까지 최종 보고서를 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이 보고서를 비영리단체를 감독하는 스위스 당국에 넘기고, 검찰 송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부활절을 기회로 포럼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슈밥은 "내가 더는 포럼의 일부가 아닐지라도, 포럼이 분열된 세계에서 신뢰받는 다리 역할을 계속하기를 깊이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55년간 세계경제포럼의 상징이자 수장으로 활동한 그의 지도력은 큰 타격을 입었다. 포럼 운영과 신뢰도에도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다. '다보스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그의 유산에 깊은 균열이 생기면서 앞으로 포럼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