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입양 건수가 미국에서도 뚜렷하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입양 아동 주요 발원국들이 잇따라 국제 입양을 제한하고 있고 윤리적 문제와 국제 기준 강화가 맞물리며 글로벌 차원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입양 제한하는 국가들 속출…한국도 ‘사적 입양’ 중단 발표
지난 1999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 가운데 5개국 출신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중국(29%), 러시아(16%), 과테말라(10%), 한국(8%), 에티오피아(6%) 순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최근 들어 국제 입양을 사실상 중단했거나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중국과 에티오피아는 각각 2024년과 2018년에 국제 입양을 법으로 금지했고 러시아는 2013년부터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입양을 전면 금지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추가로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입양 제한을 확대했으며 현지 언론은 “2024년 한 해 동안 러시아 아동이 해외로 입양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과테말라는 2008년, 한국은 2025년 7월에 국제 입양 제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수십 년간 누적된 입양 비리 문제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사적 국제 입양’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국도 입양 수 급감…네덜란드·덴마크는 완전 중단 방침
국제 입양 감소 현상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등 과거 국제 입양이 활발했던 국가들에서도 입양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2004년 국제 입양이 4079건이었지만 2024년에는 103건으로 97% 줄었다. 스페인도 2004년 대비 2023년까지 96% 감소했다.
일부 국가는 아예 자국민의 국제 입양 자체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2024년 12월 ‘2030년까지 해외 입양 완전 폐지’를 공식 발표했고 덴마크는 지난해 유일한 국제 입양기관이 폐쇄되면서 사실상 국제 입양을 종료한 상태다.
◇국제 기준 강화도 영향…입양보다 늘어나는 국제 대리출산
입양 절차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 규범도 입양 감소 배경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해 수십 개국은 1993년 체결된 헤이그 국제입양협약에 따라 입양을 진행하고 있다. 협약은 아동의 최선 이익을 보장하고 인신매매 등 위법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입양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의 친생부모 동의와 함께 먼저 출생국 내 입양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반면 입양이 줄어드는 사이 국경을 넘는 대리출산은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국제 대리출산은 이를 관리·감독할 국제 협약이 없는 상태이며, 국가별로 합법 여부나 규제가 크게 달라 제도적 공백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