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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SUV=미국 파워' 관세 협상…일본 관세 12.5%P 깎아주며 761조 투자 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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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SUV=미국 파워' 관세 협상…일본 관세 12.5%P 깎아주며 761조 투자 따내

"베트남·인도네시아도 '고연비 차량' 수입 조건 관세 인하…중국 견제 본격화"
GMC는 2023년 9월 13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 프레스데이에서 2024년형 GMC 아카디아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GMC는 2023년 9월 13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 프레스데이에서 2024년형 GMC 아카디아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수출을 무역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쓰는 이른바 'SUV 외교' 전략을 본격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6(현지시각) 모던 디플로머시(Modern Diplomacy)가 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잇따라 쌍무 관세 협정을 발표하면서 상대국이 SUV 시장을 여는 것을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본과 5500억 달러 투자 조건 관세 크게 낮춰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협정을 보면,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12.5%p 낮추기로 했다. 대신 일본은 미국산 SUV 시장을 열고 미국 산업 부문에 5500억 달러(761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베트남과 맺은 협정에서는 미국이 당초 46%던 관세를 20%26%p 낮춰주는 대신, 베트남이 미국산 농산품과 SUV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트남 시장에 완전히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인도네시아와는 19% 맞바꾸기 관세를 적용하되, 자카르타가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SUV를 더 많이 사들일 경우 미국이 일부 기술 장벽을 풀어주고 사회간접자본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 미국 산업 우선주의와 공급망 다시 짜기 전략


이 매체에 따르면 SUV는 트럼프 개인 브랜드인 '크고, 시끄럽고, 거친' 이미지와 잘 맞는다. SUV는 오래전부터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크기와 강력한 엔진, 높은 연료 소비량으로 미국 사회간접자본과 취향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지프 그랜드 체로키, 쉐보레 타호 등이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널리 쓰이며 국내외에서 미국 힘의 상징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세제 계획에서 중국산 제품에 10~20% 추가 관세를 매기면서도, 우방국에서 만드는 부품과 완성차에는 수입 관세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국 시장을 미국에 열 뜻이 있는 나라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혜택을 받는 SUV는 국내 생산 자립률 60% 이상 달성, 미시간·오하이오·텍사스 등 주요 산업 주에서 생산, 동남아시아·인도·중동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 능력 등의 조건을 채워야 한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전략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적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프렌드쇼어링'(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 방향으로 무역 네트워크를 다시 짜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등이 아세안 시장 장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SUV를 통해 산업정책 차원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 개발도상국 연비 기준 풀기 압박 우려


이 매체는 미국의 SUV 외교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산 SUV 수입을 받아들일 경우 높은 연료 소비 모델에 맞춰야 하는 반면, 이를 거부하면 미국 시장 접근이나 투자에서 제약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미국이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 도시화가 진행되는 시장을 겨냥해 중대형 및 고급 SUV 수출을 늘리고 있다. 미국산 SUV 수입 늘리기와 함께 특별소비세 혜택, 유연한 연료 기준, 자동차 산업 미국 투자자 보호 정책 등의 요구사항도 포함된다고 알려졌다.

모던 디플로머시는 "SUV가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라 미국 철학인 강력하고 독립적이며 평범한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가치를 구현하는 '영향력 도구'가 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SUV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가 아니라 세계가 3.5L 엔진의 포드 익스페디션이 개발도상국 수도로 굴러 들어가는 새로운 상업 질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