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이 557억 달러 무역흑자 위기 해결에 ‘신의 한 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사업은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의 조선업 전용 기금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할 예정이던 25%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는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과 미국 조선산업 살리기를 돕는 종합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맺기로 했다"면서 "한국 관세율을 15%로 합의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고했던 25%에서 10%포인트 낮춘 수치로, 일본·유럽연합과 같은 수준이다.
◇ 조선업, 한·미 손잡기 최적 분야로 떠올라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조선업 분야는 한국과 미국이 가장 많이 함께할 수 있고, 한국이 미국을 가장 많이 도울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 관계자들이 미국의 해군 전력 늘리기 필요성을 생각해 조선업 협력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은 지금 조선업 다시 살리기가 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이 만든 배는 5척도 안 되는 반면, 중국은 1700척을 생산했다. 상선 보유 척수에서도 미국이 200척도 안 되는 데 비해 중국은 7000척 넘게 갖고 있다. 중국의 전 세계 조선 시장 차지 비율은 1999년 5%도 안 되던 것이 2023년 50% 넘게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미국의 바다 지배력 되찾기'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조선산업 속 중국의 부상을 국가안보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조선업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 안에서 배 만들기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 조선업 생태계 전반 손잡기 추진
'마스가' 사업은 미국 안 새 조선소 짓기, 조선 인력 기르기, 조선 관련 공급망 다시 짜기, 배 만들기,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아우르는 종합 사업이다. 구 부총리는 "조선업 전반의 기업들 요구에 기반해 사실상 우리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력사업이 한국 조선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으로 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500억 달러가 한·미 조선 기금으로 만들어져 배 만들기와 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른다"고 밝혔다.
미국 측도 한국의 빠른 선박 건조 기술력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회계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해군이 펼치는 전함 149척의 MRO 사업 예산이 해마다 60억~74억 달러(약 8조3000억~10조3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들은 이미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으며 미국 유지·보수·정비 시장에 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500억 달러 투자 기금 중 1500억 달러가 조선업 전용으로 정해진 것은 양국 간 조선업 함께하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합의로 한국의 2024년 대미 무역수지 흑자 557억 달러(약 77조6700억 원) 때문인 통상 압력 우려도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문제와 함께 조선업 협력을 통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