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미국의 금융 당국자들이 정책 변경에 신중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시장에서는 엔화 매도가 더욱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해 일본 가토 카츠노부 재무장관이 “외환 시장 동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당국의 외환 개입 위험도 의식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시장이 일본은행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이 비둘기파적이라고 해석하면서 조기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 이에 따른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시간으로 1일 외환 시장에서는 엔화가 1달러당 150엔 후반까지 하락하며 3월 이후 가장 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BI 리퀴디티 마켓 우에다 마리토 금융 시장 조사 부장은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하지 않거나 올해 내 미국 금리 인하가 보이지 않으면 엔화 약세가 155엔대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엔화 약세를 막을 수단은 당국의 시장 개입뿐”이라고 말했다.
가토 재무상은 1일 환율 움직임 자체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화는 일본 정치 상황과 미국 관세에 대한 우려를 배경으로 6년 만에 7월 달러 대비 약 4.5%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여름 휴가를 앞둔 포지션 조정 등으로 엔화 강세 방향으로 움직이기 쉬운 계절적 특성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일본은행의 금융 정책 결정 회의 전에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엔화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가해졌다.
후쿠오카 금융그룹 사사키 유우치프 전략가는 “우에다 총재의 비둘기파적 태도가 달러-엔 환율 155엔 돌파 가능성을 높였다”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내 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로 달러가 매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미국 시간 1일에 발표되는 7월 고용 통계에 따라 엔화 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시장 예상치 10만4000명 증가로 전월 14만7000명 증가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즈호 증권 오모리 쇼오키 수석 데스크 전략가는 “미국 고용 통계가 시장 예상보다 강한 결과가 나오면 달러-엔 환율이 152엔대를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