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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수익 40% AI서 나오는데…'실존 위기' 처한 맥킨지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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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수익 40% AI서 나오는데…'실존 위기' 처한 맥킨지의 생존법

직원 5천 명 줄이고 AI 에이전트 1만 2천 개 투입…'인간+AI' 협업 모델로 전환
'PPT 전문가'는 옛말…'빠른 학습자·협업 능력' 갖춘 인재가 핵심
최고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수익의 상당 부분을 AI 관련 사업에서 창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과 AI 에이전트 도입을 통해 사업 모델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최고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수익의 상당 부분을 AI 관련 사업에서 창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과 AI 에이전트 도입을 통해 사업 모델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이 정보 분석, 자료 작성 등 고도의 지적 업무를 단 몇 분 만에 해내면서, 인간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컨설팅 업계의 판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고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드 컴퍼니(맥킨지)가 창사 이래 가장 심오한 '실존적' 변화의 기로에 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한 세기 가까이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복잡한 정보를 종합하고 명쾌한 실행 계획을 제시하며 수많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해왔다. 기업들은 그 전문성에 기꺼이 막대한 비용을 냈지만, 이제 그 역할을 AI가 넘보고 있다.

◇ AI, 조언자를 넘어 동료가 되다

이러한 현실에 맥킨지는 사업 모델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맥킨지의 밥 스턴펠스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는 "이제 AI는 모든 이사회 회의의 핵심 의제"라고 밝혔다. AI 기술은 맥킨지가 고객과 일하는 방식, 인재를 채용하는 기준, 프로젝트 수주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맥킨지는 이미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를 내부에 배치했다. 이 AI 봇들은 컨설턴트의 발표 자료 제작, 회의록 작성, 연구 문서 요약 등 핵심 업무를 돕는다. 가장 많이 쓰는 봇은 맥킨지 특유의 간결한 어조로 문서를 다듬어주는 것이며, 컨설턴트의 논리를 검증하는 AI 역시 활용도가 높다. 스턴펠스 파트너는 "머지않아 직원 한 사람에 AI 에이전트 하나를 두게 될 것"이라며 "인재 채용을 계속하면서 AI 에이전트 구축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PPT와 정장' 시대의 종말

컨설팅 산업은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한 산업이 얼마나 크게 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과거 맥킨지 같은 컨설팅사들은 명문대 출신 인재를 대거 채용해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그 규모와 기간에 비례해 수익을 냈다.

프리랜서 컨설팅 플랫폼 캐털란트의 팻 페티티 CEO는 "AI는 프로젝트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훨씬 적은 인력으로도 수행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맡던 신입 컨설턴트의 필요성이 급감하고, 이러한 충격은 업계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의 요구도 달라졌다. 단순히 전략 보고서만 받기를 원하는 기업은 줄었다. 시스템 도입, 변화 관리, 인력 교육 등 현장에서 함께 문제를 푸는 파트너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만의 닉 스터더 CEO는 "경영 컨설턴트의 오만한 시대는 끝났다"며 "기업들은 더 이상 파워포인트만 들고 오는 정장 차림의 컨설턴트를 원하지 않는다.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팀의 의견을 조율하고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낼 파트너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 평범한 지식의 소멸…'독보적 전문성'이 몸값

이러한 흐름에 맞춰 맥킨지는 AI와 공존하며 '조언자'가 아닌 '파트너'로서 고객과 긴밀히 협력하는 새로운 사업 방식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맥킨지 업무의 약 25%는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는 '성과 연동 계약'이다. 또한 AI와 관련 기술 자문이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사업의 중심이 옮겨갔다.

팀 구성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 관리자 1명과 컨설턴트 14명으로 이뤄지던 전략 프로젝트는 이제 관리자 1명과 컨설턴트 2~3명, 그리고 여러 AI 에이전트와 심층 연구팀이 협업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올해 초부터 맥킨지 AI 사업을 이끄는 케이트 스메이지 시니어 파트너는 "이제 기술로 누구나 평균 수준의 답을 얻을 수 있어 평범한 전문성의 가치는 사라진다"며 "반면 수십 년 경험에서 나오는 차별화된 전문지식과 문제 해결 경험을 갖춘 독보적인 전문성은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변화의 파도, 필요한 건 '학습·협업' 능력

맥킨지의 앞으로 전략은 오는 10월, 창립지인 시카고에서 열리는 100주년 기념 파트너 회의에서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파트너 2500명이 모이는 이 자리에서 AI는 단연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맥킨지는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과거 '리더십 공장'으로 불리며 수많은 CEO를 배출했던 명성을 활용해, 기업의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고 키우는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맥킨지가 찾는 인재의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이제는 '빠른 학습 능력'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 스턴펠스 파트너는 "우리 모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경력 내내 배워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는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조직의 변화를 이끌려면 이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