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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페이스X, 몸값 8000억 달러 조준…2026년 상장 '군불' 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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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페이스X, 몸값 8000억 달러 조준…2026년 상장 '군불' 땐다

오픈AI 제치고 '세계 최대' 비상장사 등극 예고…최근 평가액 4000억 달러서 2배 '퀀텀 점프'
CFO, 투자자에 구주 매각·IPO 계획 공유…스타링크 800만 가입자·에코스타 협력 등 '실적 자신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최근 기업가치 8000억 달러(약 1197조 원)를 목표로 지분 매각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2026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오픈AI를 제치고 세계 최고 몸값의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최근 기업가치 8000억 달러(약 1197조 원)를 목표로 지분 매각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2026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오픈AI를 제치고 세계 최고 몸값의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8000억 달러(약 1197조 원)를 목표로 대규모 구주 매각(Tender offer)에 착수했다. 이는 불과 얼마 전 평가받았던 기업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거래가 성사될 경우 스페이스X는 오픈AI를 제치고 미국 내에서 가장 비싼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경영진이 2026년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번 몸값 불리기가 상장을 위한 포석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2차 주식 매각(secondary share sale)을 시작했다. 브렛 존슨(Bret Johnsen)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며칠간 투자자들에게 이번 거래와 향후 상장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넘어서는 '초격차' 밸류에이션


이번 스페이스X의 움직임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시장 지배력의 재확인'이라는 성격을 띤다. 스페이스X가 목표로 하는 8000억 달러(약 1197조 원)의 기업가치는 최근 진행된 주식 매각 당시 평가액인 4000억 달러(약 589조 원)에서 단숨에 두 배가 뛴 금액이다. 생성형 AI 열풍을 주도하는 오픈AI조차 뛰어넘는 규모로, 스페이스X가 우주 산업에서 갖는 독보적인 위상을 방증한다.

이번 거래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텐더 오퍼'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상적으로 1년에 두 차례 진행되는 이 과정은 창업 25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임직원들에게 현금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시장의 관심은 스페이스X가 과연 이 천문학적인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기업가치가 치솟을 때마다 기꺼이 수표를 써내는 충성도 높은 투자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6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텍사스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X가 올해 약 155억 달러(약 22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6년 IPO '청신호'…시장 해빙기 노린다


이번 구주 매각 소식과 함께 흘러나온 '2026년 IPO' 계획은 투자 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스페이스X 임원들은 투자자들에게 2026년 상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페이스X 투자자들은 수년 동안 IPO를 기다려왔으나, 머스크는 그동안 화성 탐사 등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비상장 유지를 선호해왔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침체기를 겪었던 미국 IPO 시장은 올여름부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과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Figma) 등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하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최근 셧다운(정부 업무 일시 정지) 사태로 신규 상장 속도가 다소 주춤했으나, 은행가들과 투자자들은 2026년에는 IPO 시장이 예년 수준의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2026년을 상장 시점으로 잡은 것은 이러한 시장 회복세에 편승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00만 가입자 '스타링크', 몸값 상승의 주역


스페이스X의 자신감은 로켓 발사 사업의 독점적 지위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의 폭발적인 성장세에서 기인한다. 머스크의 다른 사업체들이 각종 도전에 직면한 것과 달리, 스페이스X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펀더멘털을 자랑한다.

특히 스타링크 사업 부문이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스페이스X는 현재 지구 저궤도에 약 9000개의 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800만 명 이상의 활성 가입자에게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미국의 산간 오지부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최전선까지, 통신이 어려운 지역을 연결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주거용 고객뿐만 아니라 항공사 등 기업 고객까지 확보하며 수익성을 증명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스타링크가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스페이스X는 나사(NASA)와 펜타곤(미 국방부), 정보기관 등 정부 핵심 기관과도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상업용 위성 발사부터 국가 안보와 직결된 위성 프로젝트까지 수행하며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에코스타와 200억 달러 동맹…모바일 영토 확장


스페이스X는 멈추지 않고 사업 영역을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로 확장하고 있다. 위성과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해 통신 음영 지역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최근 위성 통신 사업자 에코스타(EchoStar)로부터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 현금과 주식, 채무 인수 등을 포함해 200억 달러(약 29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베팅이다.

기윈 샷웰 스페이스X 사장은 지난 9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에코스타와의 거래를 통해 전 세계 통신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지구상의 모든 이동통신 음영 구역(dead zones)을 없애겠다는 우리의 임무를 진전시키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스페이스X는 나사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양한 임무 수행을 위해 초대형 로켓 '스타십(Starship)'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8000억 달러(약 1197조 원)라는 거대한 몸값은 현재의 실적뿐만 아니라, 스타링크의 통신 혁명과 스타십이 열어갈 우주 시대에 대한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