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0억 달러 빚더미에 3개월치 재고 쌓여...테슬라 따라잡겠다던 '차이나 드림' 균열

BYD는 올해 7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0.6% 늘었지만, 생산량은 0.9% 줄어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부문은 더욱 심각해 판매량이 22.6%, 생산량이 24.6% 각각 급감했다.
◇ 할인 경쟁과 재고 누적으로 수익성 악화
BYD의 위기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회사는 현재 22개 모델에 최대 34%까지 할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재고는 3.2개월치 생산량에 이른다. 부채 규모는 4280억 위안(약 82조 5000억 원)으로 연간 매출 5400억 위안(약 104조 1000억 원)의 80%에 육박한다.
특히 공급업체 대금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 BYD는 평균 275일 후에야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제조업체 평균인 182일의 1.5배이며, 서구 경쟁업체의 90~100일보다 거의 3배 길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공급업체 대금을 60일 안에 지급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했으나, BYD는 여전히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 중소 전기차 업체 도태 가속화
중국 전기차 시장 전반의 냉각은 중소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연간 20만 대 미만을 생산하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실제로 네타(Neta) 등 일부 업체는 이미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7월 들어 샤오펑(XPeng)과 샤오미는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리 오토(Li Auto)와 니오(Nio)는 전달보다 출하량이 줄었다. 샤오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리프모터도 급증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과도한 경쟁 자제"를 경고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약 1조 5700억 위안(약 302조 6800억 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인위적으로 키운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 완성차업체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이 어려워진 중국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한, 메르세데스의 새로운 CLA, BMW의 새로운 클래스, 폭스바겐의 저가형 전기차 모델 등이 품질과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중국의 전기차 혁명은 48시간마다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속도로 진행돼왔지만, 현재의 위기는 지속가능한 성장 없이는 시장 선도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