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보수, 더 적은 관료주의"…신생기업 문화 앞세워 구글 인재 유혹
20년 만의 공수 교대…과거 MS 인재 빼가던 구글, '느린 공룡' 오명
20년 만의 공수 교대…과거 MS 인재 빼가던 구글, '느린 공룡' 오명

MS AI 부문을 이끄는 무스타파 술레이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달간 직접 구글 딥마인드 출신 핵심 인력들에게 전화를 걸어 영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지난해 새로 만든 MS의 AI 조직은 구글 산하의 딥마인드보다 훨씬 민첩하고 신생기업처럼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며 술레이만이 인재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더 높은 보수와 함께 MS의 소비자용 AI 제품인 '코파일럿'과 '빙' 검색 플랫폼을 오픈AI의 '챗GPT'를 뛰어넘는 경쟁자로 만들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술레이만의 과감한 영입 공세는 즉각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MS는 최근 수개월간 구글에서 최소 24명의 임직원을 영입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딥마인드 출신이다. 특히 구글에서 16년간 일하며 AI 비서 '제미나이' 개발을 이끌었던 아마르 수브라마냐 부사장과 딥마인드에서 18년을 일한 애덤 사도브스키 같은 거물급 인사도 MS AI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흐름은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AI 인재 확보 경쟁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수조 달러의 기업가치를 지닌 거대 기업들은 딥러닝 모델의 내부를 꿰뚫고 있는 소수의 기술자를 차지하기 위해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신생기업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일부 핵심 인재의 연봉은 1억 달러를 웃돌고, 기업들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기계를 가장 먼저 개발하려고 데이터 센터 구축에만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술레이만에게 AI 분야에서 오픈AI, 구글 등 다른 경쟁사를 제치고 앞서나가라는 특명을 내리고 큰 자율권을 부여했다. 과거 9년간 딥마인드에 몸담았던 술레이만은 이를 바탕으로 거액의 보상을 제안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MS가 제안한 보상 규모는 일부 연구원에게 3억 달러 계약을 제시한 메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딥마인드, 특히 오래 일한 직원들이 받던 대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IT 업계 보상 정보를 제공하는 '레벨스(Levels.fyi)'에 따르면 회사 전체 평균 급여는 구글이 MS보다 높지만, 핵심 AI 인재 영입에서는 MS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셈이다.
MS AI에 합류한 아마르 수브라마냐는 지난 7월 말 자신의 링크드인에 "이곳 문화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야망으로 가득 차 신선하다"고 쓰며 새로운 조직 문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의 이런 만족감은 딥마인드의 현재 모습과 무관치 않다. 한때 작은 연구소였던 딥마인드는 구글 AI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직원이 6,000명까지 불어났고, 그 과정에서 관료주의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MS로 옮긴 인재 두 명 역시 "덜 관료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이직 이유를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구도가 20년 전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구글의 라슬로 복 전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은 "20년 전에는 구글이 더 많은 실행력과 적은 관료주의를 약속하며 정체된 MS의 인재들을 빼내 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재 구글이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움직임이 느리고, 위계적이며, 정치적인 조직이 되어 과거의 MS를 닮아가고 있다"며 "기술자보다 재무 담당자가 운영하는 회사 같다"고 꼬집었다.
◇ AI가 부른 '쩐의 전쟁'…수익·투자 경쟁도 격화
이에 구글 측은 "자사 이직률은 업계 평균을 밑돌며 우리 역시 MS에서 여러 직원을 고용했다"고 반박했다. 구글 대변인은 "경쟁 연구소를 포함해 세계 최고의 AI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인재 전쟁은 AI가 창출하는 막대한 수익과 맞물려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MS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AI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수요 덕분에 매출이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두 회사는 데이터 센터 투자 확대 계획도 발표했는데, 알파벳은 올해 자본 지출 전망을 기존 75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로 높였고, MS는 현 분기에만 3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자본력이 부족한 신생기업들은 다른 방식으로 인재 경쟁에 맞서고 있다. 오픈AI는 벤처 투자사인 스라이브 캐피털과 5,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로 구주를 파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오픈AI는 스페이스X를 넘어 세계 최고 가치의 신생기업으로 올라선다. 이러한 구주 매각은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현금화할 수 있게 해, 거대 기업들과의 보상 경쟁에서 버틸 기반을 마련해준다.
현재 MS와 오픈AI는 미래 기술 통제권을 두고 복잡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픈AI는 MS의 통제력에서 벗어나려 하고, MS는 미래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확실히 보장받으려 한다. 두 회사의 줄다리기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전망이다. AI 패권을 둘러싼 거대 기업들의 전방위 충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