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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쪽 다리만 잘렸다”…日 완성차 3사, 트럼프 관세 완화에도 수익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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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쪽 다리만 잘렸다”…日 완성차 3사, 트럼프 관세 완화에도 수익 타격 불가피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일본 요코하마 인근의 한 산업항에서 혼다 차량들이 차량 보관 야드에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일본 요코하마 인근의 한 산업항에서 혼다 차량들이 차량 보관 야드에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정부가 최근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일본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인하 약속은 발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발효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의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조원대의 영업이익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며 “관세 인하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는 아직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토요타 13조원대 수익 타격…혼다·닛산도 수천 억원 줄어

토요타는 이날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41억 달러(약 5조5600억 원) 낮춘 217억 달러(약 29조4700억 원)로 수정 발표했다. 관세로 인한 타격은 95억 달러(약 12조9000억 원)로 추산했다.

혼다 역시 미국·캐나다·멕시코발 차량과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이 30억 달러(약 4조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예상치보다는 14억 달러(약 1조8788억 원) 줄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손실이다.

닛산의 이반 에스피노사 CEO는 지난주 “관세 조건과 시행 시점이 불분명하다”며 “관세로 인한 연간 손실은 20억 달러(약 2조71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카츠 일본경제 전문가는 “처음에는 '관세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문제는 끝났다'는 분위기였지만 내 시각은 달랐다. 두 다리를 자르겠다고 협박하다가 한쪽만 자른 것인데 이걸 해결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15%도 여전히 높은 수준…중소 수출업체는 생존 위기”


일본의 자동차와 부품은 대미 최대 수출 품목으로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형 기업들은 가격 인상 없이 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수익률이 낮은 중소 부품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카츠는 “토요타처럼 수익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버틸 수 있지만 중소 수출업체들은 구조조정이나 폐업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는 임금 인상 여력 감소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과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추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이시바 총리, 무역 합의 세부 조항 부재로 여당 내부 비판


무역 합의의 실행력 부족은 정치적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이후 사퇴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번 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관세 인하 시점을 명시한 서면 합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히 움직이도록 계속해서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고노 다로 자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15%가 24%나 25%보다는 낫지만 과거에는 더 낮았다. 지금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토추종합연구소의 후카오 산시로 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미 투자를 늘리고, 미국산 차량 판매를 확대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후카오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GM, 포드의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일본과의 무역 합의 이행 상황을 3개월마다 점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하지 못할 경우 관세율을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