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UAE, 국방차관 KF-21 탑승…'보라매' 도입 검토 본격화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UAE, 국방차관 KF-21 탑승…'보라매' 도입 검토 본격화

10년 쌓은 국방 신뢰, K9 자주포 이어 전투기 협력으로
F-35 대안으로 급부상…가격·기술이전 경쟁력에 '관심 집중'
지난 8월 7일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정 비행에서 이브라힘 나세르 모하메드 알 알라위 UAE 국방차관이 KF-21 보라매 전투기 후방석에 탑승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공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월 7일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정 비행에서 이브라힘 나세르 모하메드 알 알라위 UAE 국방차관이 KF-21 보라매 전투기 후방석에 탑승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공군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를 아랍에미리트(UAE)가 도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UAE 국방 고위 관계자가 직접 KF-21 뒷좌석에 앉아 기체를 체험하면서 두 나라 국방 협력이 정점에 이르렀고, K-방산 수출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각) 국방 전문 매체 아미 레코그니션에 따르면 공군의 이영수 참모총장과 UAE 국방부의 이브라힘 나세르 모하메드 알 알라위 차관은 지난 8월 7일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서 우정 비행을 했다. 이 총장이 국산 FA-50 경공격기를 직접 조종했으며, 알 알라위 차관은 KF-21 시제기 조종석 뒷좌석에 타 한국 최신예 전투기의 성능을 직접 확인했다. UAE 국방 지도부가 KF-21에 탑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비행은 지난 10년간 다져온 두 나라의 깊은 신뢰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UAE는 2023년부터 KF-21 공동 개발 참여를 알아봤으며, 올해 아부다비에서 열린 IDEX 2025 방산 전시회에서는 UAE 공군 지도부를 대상으로 상세한 기술 설명을 했다. 두 나라 협력은 한국 특전사 부대의 UAE군 훈련 지원으로 시작해 K9 썬더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장갑차, 첨단 방공체계에 이르는 대규모 무기 계약으로 넓혀왔다. 또한 기술 이전, 무인체계와 해군 해결책 확보 등 여러 방면으로 확대됐다. 최근인 지난 8월 6일 서울에서 열린 '제13차 한-UAE 국방차관급 운영위원회'는 이러한 양국의 굳건한 협력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 '게임 체인저' KF-21, 첨단 기술의 집약체


이번에 UAE의 관심을 끈 KF-21 보라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인도네시아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다. 공중 우세 확보와 정밀 타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됐으며,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을 최소화한 스텔스 형상, 국산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IRST) 장비, 첨단 전자전 장비 등 최신 기술이 집약됐다. 최고 속도 마하 1.83, 전투 반경 약 1,000km에 이르며, 많은 무장을 실을 수 있고 국산 무기와 서방제 정밀 유도 무기를 모두 운용할 수 있어 4세대와 5세대 전투기 사이의 간극을 메울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KF-21은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카안(KAAN)과 비교해 여러 시제기가 이미 비행과 무기통합 시험을 진행해 개발이 앞서 있고, 처음부터 높은 스텔스 성능을 지향하는 카안과 달리 다목적성과 미래 스텔스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세대 스텔스기인 F-35 라이트닝 II에 비해서는 스텔스 기능과 완전한 5세대 통신망 기능은 부족하지만, 훨씬 낮은 취득·운용 비용과 손쉬운 정비, 완화된 수출 제약이 뚜렷한 장점이다. 또한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달리 설계 초기부터 스텔스 개념이 반영된 새 기종이며, 다소 라팔에 비해서는 앞으로 시스템 통합 가능성이 큰 새로운 조립식 기체라는 강점을 가진다. 사브 그리펜 E/F와 비교해서는 더 발전한 레이더와 고급 타격 능력에서 앞서지만, 그리펜은 운용 비용과 분산 작전 능력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 UAE 공군 현대화의 '마지막 퍼즐' 되나


UAE 처지에서 KF-21은 기존의 F-16E/F 데저트 팔콘과 도입 예정인 라팔 F4 전력과 상승 효과를 낼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산이 아닌 무기를 장착할 수 있고 현지 산업 협력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은 공급선을 다양하게 만들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UAE의 조달 정책과 정확히 들어맞는다. 전투기 외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뒷좌석 체험'을 허용한 배경에는 그만큼 두 나라 사이의 신뢰가 깊다는 점이 깔려있다.

앞으로 11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한국 공군 블랙이글스 특수비행팀의 공연과 함께 KF-21의 대대적인 전시가 예고된 만큼, UAE의 결정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UAE의 최종 결정은 한국 방산 수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도입이 확정되면 중동의 방산 구매 흐름이 전통적인 서방 중심에서 고성능 기체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급처로 바뀌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