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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원유·광물 '자원 사재기' 전쟁...자원 수입 95% 韓, 위협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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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원유·광물 '자원 사재기' 전쟁...자원 수입 95% 韓, 위협 직면

전 세계 '비상 비축' 체제 전환…미국도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 나서
구리·희토류 가격 급등 초읽기…60일분 비축 한국, 공장 멈출 위기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는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컨테이너 항구다. 중국의 국영 COSCO는 2016년 그리스 부채 위기 당시 피레우스 항구의 지분 67%를 인수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는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컨테이너 항구다. 중국의 국영 COSCO는 2016년 그리스 부채 위기 당시 피레우스 항구의 지분 67%를 인수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주요국이 원유와 핵심 광물을 무차별로 쌓아두는 '자원 사재기' 전쟁에 뛰어들면서,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현지시각) 중국의 공격적인 원유 비축과 미국의 전략 자원 장악 움직임을 전하며, 글로벌 공급망이 '적시공급'에서 '비상 비축' 체제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20억 배럴 목표…미국은 베네수엘라 조준


소시에테제네랄의 마이클 헤이그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현재 약 14억 배럴에 이르는 원유를 비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비상시 중국이 수백 일간 버틸 수 있는 규모다. 헤이그 총괄은 중국이 비축량을 최대 20억 배럴까지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자원 수입국들은 미국 국채를 보유했다가 필요할 때 자원을 구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국가 간 신뢰가 무너진 지금, 중국은 금융 자산보다 실물 자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도 자원 통제권 강화에 나섰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존 스테펙은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최근 2년간 4억 배럴로 늘렸지만,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를 직접 관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나 해상 봉쇄 같은 극단 상황에서 확실한 자원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리·희토류 쟁탈전…"10년 투자 부족에 가격 천정부지 우려"


자원 확보 경쟁은 석유를 넘어 구리, 니켈, 희토류 등 미래 산업 핵심 금속으로 번지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 확대와 전력망 확충, 국방비 증액으로 이들 금속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헤이그 총괄은 "주요국이 금속 비축에 나설 경우, 지난 10년간 투자 부족과 맞물려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 가격은 이미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구리 가격도 가파른 상승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려고 대량 매입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 비중을 1%포인트만 높여도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145만 원) 이상 추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한국 '3중 직격탄'"공급망 다변화 서둘러야"


핵심 광물 95% 이상을 수입하는 한국은 이번 자원 전쟁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과 산업계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을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이다. 구리와 리튬 등 기초 원자재 가격이 뛰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수익성이 악화된다.

둘째, 공급망 차단에 따른 산업 마비 위험이다. 특정 국가가 자국 비축을 이유로 수출을 막으면 한국 공장들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셋째, 물가 상승 압력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고물가와 금리 불안을 일으켜 내수 경제를 위축시킨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제 자원을 시장에서 제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정부는 자원 확보를 안보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업은 재고 관리를 효율이 아닌 회복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60일 수준인 핵심 광물 비축량을 선진국 수준인 100일 이상으로 늘리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시아, 호주, 중남미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