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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왕국' 인도네시아, EV 공급망 中 의존 심화… LG·BASF 등 기업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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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왕국' 인도네시아, EV 공급망 中 의존 심화… LG·BASF 등 기업 '철수'

CATL, 59억 달러 6개 프로젝트 투자… 니켈 부터 배터리 공장까지 '통합 공급망' 구축
LFP 배터리 부상, NMC 배터리 수요 둔화… "인도네시아 통합 생산 시스템 이점 감소"
인도네시아는 2020년 니켈 원료 수출을 금지하여 국내 제련을 의무화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는 2020년 니켈 원료 수출을 금지하여 국내 제련을 의무화했다. 사진=로이터
'니켈 왕국' 인도네시아가 전기차(EV) 시장 둔화와 기술 변화 속에서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막대한 니켈 매장량을 활용해 통합 EV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인도네시아의 야심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1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지난 6월 29일 서부 자바주 카라왕에서 열린 CATL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CATL과 국영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사(IBC) 간의 협력 프로젝트가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EV 배터리 공급업체인 CATL은 인도네시아에서 6개의 EV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으며, 총 투자액은 5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는 니켈 광산과 제련 시설부터 배터리 공장, 양극재 공장까지 포괄하는 통합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달리, 다른 해외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재료를 위한 인도네시아 시설에 대한 77억 달러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이들은 EV 시장 둔화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70% 감소했으며, 올해 자본 투자를 30% 이상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유럽의 화학 기업 BASF와 프랑스 광산 회사 에라멧(Eramet)도 인도네시아의 제련 시설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강점을 활용하여, 광물에서 EV 생산에 이르는 원스톱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려 했다.

서방 기업들의 철수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국 싱크탱크 '센터 포 어드밴스드 디펜스 스터디스(Center for Advanced Defense Studies)'는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능력의 약 75%를 통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 변화 또한 인도네시아의 통합 생산 시스템의 이점을 감소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니켈, 망간, 코발트를 사용하는 삼원계(NMC)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의 비율은 지난해 전 세계 EV의 50%로 떨어졌다.

반면, 니켈이 필요 없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점유율은 지난해 50%에 이를 정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 E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널리 채택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합작으로 건설한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도 NMC 배터리를 생산하며, 그 중 98%가 한국과 인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6%로 급락했다.

지난 6월 기공식을 맞이한 CATL 배터리 공장도 NMC 배터리 생산을 위한 것이지만, 동남아시아 EV 시장의 주류는 LFP 배터리이므로 인도네시아의 통합 생산 시스템의 이점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