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이어 비핵국 두 번째 SSN 승인…중국·북한 대잠전 부담 가중 전망
한화오션, 잠수함 23척 건조 실적 바탕 핵심 역할…123협정 사실상 개정 수순
한화오션, 잠수함 23척 건조 실적 바탕 핵심 역할…123협정 사실상 개정 수순
이미지 확대보기국방 전문매체 디펜스포스트(The Defense Post)는 5일(현지시각) "한국의 SSN 추진은 상징적 차원을 넘어 도쿄에서 타이베이까지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전략적 전환"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한국의 SSN 건조를 공식 승인한 뒤, 한미 양국은 핵연료 조달과 기술 협력을 위한 구체 협의에 들어갔다.
현재 (2025년 기준) SSN을 공식적으로 운용하는 국가는 7개국이다. 미국이 약 66~70척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가 약 30~63척, 중국이 약 12~74척 (2030년까지 SSN 8척 증강 목표), 영국 10척, 프랑스 10척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140여 척 이상의 SSN이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잠수함 시장 규모는 약 264억 달러(한화 약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은 약 4.17%로 예상된다.
트럼프 승인의 전략적 의미…비핵국 두 번째 사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의 디젤 잠수함 대신 SSN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에 이어 비핵보유국 가운데 두 번째로 미국이 SSN 프로그램을 승인한 사례다.
지난달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특히 미국이 '공격형(attack)' SS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은 중국과 북한을 의식한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SSN은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수 개 월간 잠항이 가능하고, 대양 횡단 작전 능력을 갖춘 전략 자산이다. 디젤-전기 잠수함과 달리 수면 위로 부상할 필요가 없어 장기간 은밀 작전이 가능하다. 디펜스포스트는 "한국 SSN이 동해, 황해, 필리핀해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순찰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 잠수함 건조 23척 실적으로 핵심 역할 부상
한화오션이 SSN 건조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다인 23척의 잠수함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7척을 건조해 인도했다. 장보고-Ⅰ·Ⅱ·Ⅲ 모델을 모두 건조한 경험이 있고,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에 3척을 수출한 이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를 건조지로 언급했으나, 한국 정부는 입장이 다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를 전제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건조 장소를 놓고 한미 간 추가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북한 대잠전 부담 가중…한미일 분업 구조 형성
한국의 SSN 확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억제력 구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디펜스포스트에 따르면, 한국 SSN이 쓰시마 해협과 미야코 해협에서 일본의 해상 초계기, 수상 전투함과 통합 작전을 펼치면 황해에서 필리핀해까지 거의 연속적인 대잠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다.
대만 해협 위기가 한반도 분쟁과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위기' 시나리오에서 한국 SSN의 역할이 커진다. 한국이 북쪽 접근로를 담당하면 일본과 미국 자산이 남쪽 임무에 집중할 수 있어 동맹 간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북한에는 직접 압박 요인이 된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부대가 연안 보호구역에 의존하고 있는데, 한국 SSN이 이 해역에서 수 주간 대기하며 작전할 수 있으면 북한은 희소한 자원을 분산시켜야 한다. 중국 역시 연합군 SSN이 추가될 때마다 제1 도련선(島鏈線) 안에서 자국 잠수함과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져 대잠전 투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핵연료 확보가 관건…한미 원자력 협정 사실상 개정 수순
SSN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는 핵연료 확보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한미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123협정(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질 절차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를 "123협정의 해석 범위를 사실상 조문 개정 수준으로 확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비핵보유국에 농축·재처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준 것은 이례적이다. 팩트시트의 '연료 조달 방안(fuel sourcing)'이라는 표현은 미국의 고농축 우라늄 공급과 한국의 자체 농축 능력 활용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 이전과 연료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2035년 6월까지 유효하며, 정부는 협정 만료 전 조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SSN용 소형 원자로 기술과 농축 우라늄 연료 확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투명한 안전조치 협력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이번 SSN 승인은 한국 조선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SSN은 척당 2조 2000억 원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SSN을 미국에서 건조하더라도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고, 이런 부분이 앞으로 디젤 잠수함을 수주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도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