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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수율 20%불구 50만 개 강행"…中 캠브리콘의 '무모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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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수율 20%불구 50만 개 강행"…中 캠브리콘의 '무모한 도박'

엔비디아 빈자리 노려 생산량 3배 확대…5개 만들면 4개가 불량인 '초저수율' 감수
SMIC 라인 두고 화웨이와 '집안싸움'…HBM 부족 등 공급망 난관 첩첩산중
중국 AI 칩 선두주자 캠브리콘(Cambricon)이 미국의 제재로 인한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생산 목표를 3배로 늘리는 강수를 뒀다.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20%에 불과한 저조한 수율과 SMIC의 제한된 생산 능력이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AI 칩 선두주자 캠브리콘(Cambricon)이 미국의 제재로 인한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생산 목표를 3배로 늘리는 강수를 뒀다.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20%에 불과한 저조한 수율과 SMIC의 제한된 생산 능력이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중국 최대 AI(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기업인 캠브리콘(Cambricon·寒武紀)이 내년도 생산량을 올해의 3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로 엔비디아의 최신 칩 공급이 끊긴 틈을 타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제조 공정의 수율(Yield·양품 비율)이 20%라는 충격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경제성을 무시한 '정치적 생산'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술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캠브리콘은 2026년 AI 가속기 칩 생산 목표를 약 50만 개로 설정했다. 이는 2025년 예상 생산량인 14만 2000개에서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전체 생산 물량의 60%에 달하는 30만 개는 주력 모델인 '쓰위안(Siyuan) 590'과 '쓰위안 690'이 차지할 전망이다.

"5개 찍으면 1개만 정상"…처참한 수율


문제는 생산 효율성이다. 현재 캠브리콘의 주력 칩인 590과 690 모델의 수율은 2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 한 장에서 칩을 생산할 때, 정상 작동하는 제품이 5개 중 1개꼴이라는 의미다.
이는 반도체 업계의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차세대 2나노미터(nm) 공정에서도 이미 6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기술 격차는 더욱 명확해진다. TSMC보다 무려 7세대나 뒤처진 구형 공정을 사용하면서도 수율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캠브리콘이 이러한 비효율을 감수하고 생산 강행을 선택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내수 시장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국산 칩 채택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캠브리콘의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배나 폭증하며, 이러한 '애국 소비'와 대체 수요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SMIC 병목현상과 화웨이와의 경쟁


생산 확대를 가로막는 또 다른 난관은 파운드리 병목현상이다. 캠브리콘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심국제집적회로제조공사)의 7나노급 공정(N+2)을 이용해 칩을 생산한다. 그러나 SMIC의 생산 능력(CAPA)은 한정되어 있고, 미국의 장비 수출 통제로 설비 증설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내 또 다른 거인인 화웨이(Huawei)와의 '집안싸움'도 불가피하다. 화웨이 역시 자체 AI 칩인 '어센드(Ascend)' 시리즈의 생산량을 2배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SMIC의 한정된 7나노 라인을 두고 캠브리콘과 화웨이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다. 이는 결국 웨이퍼 할당 부족으로 이어져 두 회사 모두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높인다.

메모리 부족 등 공급망 리스크 여전

반도체 칩 자체의 생산 문제뿐만 아니라 주변 부품의 공급난도 걸림돌이다. 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LPDDR 등 핵심 메모리 부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 역시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 공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에 대한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캠브리콘의 이번 증산 계획을 두고 "중국 반도체 자립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술적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양적 팽창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엔비디아나 AMD 등 서구권 경쟁사들의 칩과 비교할 때 성능과 전력 효율 면에서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캠브리콘의 '50만 개 생산' 선언은 시장 논리보다는 국가 안보와 자립이라는 정치적 논리가 앞선 결정으로 풀이된다. 20%라는 초저수율을 세금과 보조금으로 메우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SMIC가 과연 화웨이와 캠브리콘의 수요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지가 중국 AI 반도체 굴기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ditor's Note]


이 기사는 단순한 기업의 증산 계획 발표가 아니라,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중국 기업들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조명합니다. 20% 수율은 정상적인 비즈니스라면 당장 공장을 멈춰야 할 수준입니다. 이를 강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내 AI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며, 비용을 불사하고서라도 엔비디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중국 당국의 조바심이 투영된 결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