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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항소법원, LG전자 특허소송 최종 승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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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항소법원, LG전자 특허소송 최종 승소 판결

"핵심 기술, 서면 설명 없어 무효"…1, 2심 190억 배상 평결 뒤집어
기술 근거 없는 특허 문구 수정, 무효될 수 있다는 중요 선례 남겨
LG전자가 미국 항소법원에서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특허 소송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LG전자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본사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가 미국 항소법원에서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특허 소송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LG전자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본사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
LG전자가 미국에서 벌인 디스플레이 기술 특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소송 당사자인 몬디스 테크놀로지와 맥셀 홀딩스(Maxell Holdings)를 상대로 한 이번 판결에서, LG전자에 1430만 달러(약 198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쟁점인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특허 명세서의 '서면 설명(written description)'이 발명의 내용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LG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해외 특허 전문매체 IP워치독에 따르면 CAFC는 지난 8일(현지 시각) 휴스 판사 주재로 몬디스 테크놀로지가 소유한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한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선례가 되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쟁점이었던 특허 청구항 14, 15항은 최종 효력을 잃었다.

사건은 2019년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의 1심 배심원단이 LG전자 제품이 특허를 침해했고 특허가 유효하다고 평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배심원단은 손해배상액으로 4500만 달러(약 625억 원)를 책정했다. 이후 LG전자는 '서면 설명 불충분'을 근거로 법률심리판결(JMOL)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어진 손해배상액 재심리에서 배심원단은 1430만 달러의 배상금을 평결했고, 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 1·2심 뒤집은 '서면 설명'의 힘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몬디스 측의 미국 특허 제7,475,180호('통신 컨트롤러와 디스플레이 장치 식별용 식별 번호 저장 메모리를 갖춘 디스플레이 장치')가 "적어도 상기 디스플레이 장치의 유형을 식별하기 위한 식별 번호"라는 청구항의 한정 요건(유형 한정)을 명세서 안에 충분히 기재했는지였다. 원래 특허 명세서와 최초 청구항은 '개별 장치'의 식별만을 설명했을 뿐 '종류(type)' 식별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기술 설명이 없었다.

CAFC는 이 쟁점에서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몬디스는 특허 등록 때 부여하는 '유효성 추정 원칙'에 따라 서면 설명의 근거를 따로 제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때로는 특허 자체만으로도, 반대되는 증거가 없는 한, 서면 설명이 청구된 발명의 전체 범위를 뒷받침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러하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몬디스 측 전문가인 램(Lamm) 박사조차 "명세서가 디스플레이 장치의 유형을 식별하기 위한 식별 번호를 명시적으로 기술하지 않는다"고 증언한 사실을 지적했다. 즉, 특허 문서 자체와 원고 측 전문가의 증언을 종합할 때, 합리적인 배심원이라면 누구나 해당 특허가 '특정' 디스플레이 장치가 아닌 '유형'을 식별하는 기술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몬디스가 특허 심사 과정에서 해당 청구항을 보정해 등록했으므로 '강력한 정확성이 추정된다'고 한 주장도 기각했다. CAFC는 "심사관이 청구항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서면 설명 요건을 충족한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해당 보정이 기술 근거를 갖춘 표현이 아니라 단지 선행 기술과 차별해 신규성을 인정받으려는 절차였을 뿐이라고 봤다.

◇ 기술 근거 없는 특허 수정에 '경고등'


CAFC는 "배심원단이 참고할 수 있었던 유일한 증거인 특허 문서 자체는 '유형 한정'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LG전자는 1430만 달러(약 198억 원)는 물론 1심의 4500만 달러(약 625억 원) 배상 판결까지 모두 효력을 없앴으며, 관련 제품의 특허 침해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번 판결은 미국 특허법 112조(35 U.S.C. § 112)가 규정한 명세서 요건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사례다. 발명자가 특정 기술을 실제로 소유(possession)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명세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기술 근거가 없는 청구항의 추가와 수정은 나중에 소송에서 소급해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