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FT “예측시장, 민주주의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 부상”…트럼프 일가도 개입

글로벌이코노믹

FT “예측시장, 민주주의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 부상”…트럼프 일가도 개입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뉴욕 시장 선거 베팅 광고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뉴욕 시장 선거 베팅 광고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급속히 성장 중인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이 선거 결과에 대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마이마 켈리 FT 칼럼니스트는 이날 낸 칼럼에서 뉴욕시 중심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사례를 소개하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문제의 전광판에는 뉴욕 시장 선거 후보인 조란 맘다니가 94%, 경쟁후보인 앤드루 쿠오모가 6%의 지지도를 얻고 있는 것처럼 수치가 표시됐고 하단에는 ‘폴리마켓(Polymarket)’이라는 플랫폼 이름이 함께 등장했다.

이 수치는 여론조사나 실제 투표 결과가 아니라 맘다니의 당선을 두고 이용자들이 돈을 걸고 거래한 결과였다고 칼럼은 지적했다. 누군가 맘다니 승리에 94센트를 걸면 실제 당선 시 1달러를 돌려받는 구조이며 낙선하면 전액 손실되는 식이다.

◇ 전광판으로 착시 유발…“여론처럼 오해할 수 있어”

FT는 이같은 예측시장이 실제 여론이나 지지율처럼 오해될 수 있는 착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맘다니와 관련한 전광판은 후보 측 광고가 아닌 베팅 플랫폼의 홍보 수단이었으며 경쟁 업체인 칼시도 같은 방식으로 쿠오모 등 다른 후보의 승률 수치를 대형 전광판에 내걸었다.

최근 구글은 이들 플랫폼의 데이터를 검색 결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두 업체 모두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폴리마켓은 30억 달러(약 4조3650억 원), 칼시는 40억 달러(약 5조8200억 원) 이상의 베팅 거래가 이뤄졌다.

◇ 트럼프 일가도 예측시장 사업에 직접 관여


문제는 이 시장에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들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은 최근 자체 베팅시장 플랫폼 ‘트루스 프리딕트(Truth Predict)’를 출범시켰다. 이 플랫폼은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과 제휴해 운영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폴리마켓의 투자자이자 자문위원이자 칼시의 전략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 해외 자금, 트럼프 승리 확률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FT는 실제로 지난해 대선 당시 미국 내 이용자가 플랫폼 사용이 금지돼 있었음에도 우회 접속 등을 통해 폴리마켓에서 약 36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외 국가에서 접속한 4개의 계정이 트럼프 승리에 총 3000만 달러(약 436억5000만 원) 이상을 걸어 해당 플랫폼 내 ‘트럼프 승률’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이 같은 수치가 전광판 등 대중에 노출될 경우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실제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 “선거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어”


일부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확실히 이길 것으로 보이면 투표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이긴다고 알려진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FT는 이러한 시장이 투표율, 후보 출마 의사, 선거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켈리 칼럼니스트는 “2020년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만약 당시 미국 전역에 ‘트럼프 94% vs 바이든 6%’ 같은 수치가 전광판에 뜨고 있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팅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유용한 정보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민의를 반영한 것인지, 혹은 특정 이해관계자가 의도한 수치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