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5.5억 달러 투입해 연 10척 생산…고용 7000명 목표
필리핀 정부 "자국 조선업 경쟁력 되찾을 절호의 기회"
필리핀 정부 "자국 조선업 경쟁력 되찾을 절호의 기회"

이번 계약은 10년 장기 임대 방식으로, 해상풍력 플랫폼 건설과 선박 건조를 모두 지원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 운용한다. 세계 최대 조선사 중 하나인 HD현대는 앞으로 10년 동안 총 5억5000만 달러(약 7620억 원)를 투자해 수빅 조선소를 'K-조선'의 새로운 전초기지로 키울 계획이다.
HD현대는 해마다 최대 10척의 선박을 생산하고, 3년에서 5년 안에 약 7000개에 이르는 대규모 일자리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미 3500명의 현지 근로자를 뽑아 용접 등 필수 기술 훈련을 하고 있으며, 2026년 가동 목표에 맞춰 현대의 엄격한 생산 표준을 이식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 현지 인력 3500명 채용…'레고식' 공법으로 건조
수빅 조선소는 길이 200~250미터급 이중선체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을 주력으로 건조하며, 모든 선박은 미국선급협회(ABS)의 인증을 받는다. 건조 기간은 한 척에 16~1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의 헥터 쿠보스 부품 감독관은 "작은 부품들을 먼저 잘라 조립한 뒤, 마치 레고 블록처럼 거대한 블록 단위로 합쳐 선박을 만든다"고 현장 공정을 설명했다.
과거 한진중공업 시절부터 수빅 조선소에서 일해 온 쿠보스는 "급여가 과거보다 소폭 올랐지만 물가 상승 때문에 실질적인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도 "통근 페리 운항 등 직원 복지 서비스는 눈에 띄게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완전 가동 때 고용 규모는 7000명 수준으로, 전성기 시절 1만3000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했던 한진 조선소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길라 수빅의 마크 밀란 총괄 관리자는 이와 관련해 "한진중공업 철수 이후, 은행에서 크레인 등 핵심 중장비 기반 시설을 대부분 사들여 보존해왔다"며 즉각 생산을 다시 시작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시사했다.
◇ "침체된 필리핀 조선업 부활"…필리핀 정부도 '큰 기대'
필리핀은 2022년 기준 약 40만 총톤수(GT)의 새 선박을 건조해 세계 7위를 기록했으나, 최근 생산량과 경쟁력이 모두 떨어져 한국이나 일본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HD현대의 이번 투자가 자국 숙련 인력과 한국의 선진 기술을 결합해, 추락한 조선업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촉진제가 되리라 크게 기대한다.
지난 5월 동반 관계 발표 행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수빅에 해양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필리핀 선원이 운항하는 선박을 필리핀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우리의 다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HD현대의 수빅 진출이 침체한 필리핀 조선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고용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필리핀 해양 산업의 경쟁력까지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