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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두산밥캣, HD현대 '디벨론' 판매한 40년 파트너 美 대리점 계약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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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두산밥캣, HD현대 '디벨론' 판매한 40년 파트너 美 대리점 계약 해지

밥캣 측 "명백한 계약 위반·문서 위조"…대리점 "부당 해지" 반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후 경쟁사 된 '디벨론'…인수합병이 남긴 불씨
두산밥캣이 경쟁사 '디벨론' 장비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40년 파트너인 미국 대리점과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디벨론은 과거 두산인프라코어가 HD현대에 매각되며 바뀐 브랜드명이다. 사진=밥캣 컴퍼니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두산밥캣이 경쟁사 '디벨론' 장비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40년 파트너인 미국 대리점과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디벨론은 과거 두산인프라코어가 HD현대에 매각되며 바뀐 브랜드명이다. 사진=밥캣 컴퍼니 홈페이지
세계적인 소형 건설장비 기업 두산밥캣의 미국 법인 '밥캣 컴퍼니'가 40년 넘게 거래해 온 현지 대리점과 계약 해지를 놓고 심각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컨스트럭션 이큅먼트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는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사이의 인수합병 뒤 복잡하게 얽힌 경쟁사 제품 판매 문제가 자리하고 있어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맨댄시에 본사를 둔 대리점 '밥캣 오브 맨댄'은 지난해 말, 밥캣 컴퍼니의 일방적인 판매 계약 해지 통보에 반발해 관할 법원에 소송을 냈다. 밥캣 오브 맨댄 측은 소장에서 이번 계약 파기로 대리점 전체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을 잃었으며, 40여 년에 걸친 협력 관계가 부당하게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밥캣 컴퍼니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밥캣 컴퍼니 측은 법원에 낸 서류에서 "맨댄 대리점이 1년 넘게 명백한 계약 위반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2024년 9월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밥캣 컴퍼니가 지적한 핵심 위반 내용은 ▲미승인 지역인 사우스다코타 매장에서 밥캣 장비를 홍보한 행위 ▲맨댄 대리점에서 경쟁사 장비를 사고판 행위 ▲그리고 이와 관련한 사업 기록을 위조한 혐의 등이다.

밥캣 컴퍼니는 "계약을 유지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볼 것"이라며 법 절차에 따라 대리점 측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도록 수개월의 유예 기간을 줬다고 덧붙였다.
◇ 두산-현대 인수합병이 낳은 '불편한 동거'

양측의 갈등은 2018년 두산그룹이 당시 계열사였던 밥캣 컴퍼니와 두산인프라코어를 따로 분리한 데서 비롯됐다. 그 뒤 두산그룹은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現 HD현대)에 매각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2023년 '디벨론(DEVELON)'이라는 새 이름으로 시장에 나섰다.

문제는 밥캣 오브 맨댄이 2016년부터 과거 두산인프라코어, 곧 지금의 디벨론 소형 굴착기를 팔아 왔다는 것이다. 한 지붕 아래 있던 제품이 인수합병을 거치며 경쟁사 제품이 된 셈이다.

대리점 쪽 주장을 보면, 밥캣 컴퍼니는 2022년부터 디벨론 제품 판매를 멈추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갈등은 2023년 밥캣 컴퍼니가 맨댄 대리점의 디킨슨 지점 인수를 승인하며 계약서에 "디벨론 제품을 포함한 어떤 경쟁사 제품도 취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으면서 본격화했다.

◇ '문서 위조' 의혹...갈등의 기폭제

밥캣 컴퍼니는 맨댄 대리점이 이 조항을 어기고 맨댄 매장에서 디벨론 장비를 주문해 사우스다코타로 보냈으며, 이 과정에서 밥캣 오브 맨댄의 데이비드 디닌 소유주가 배송 날짜를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적는 등 문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밥캣 컴퍼니는 이를 명백한 '사기'로 보고 계약 해지의 핵심 사유로 삼았다.

반면, 맨댄 대리점 측은 문서 날짜를 '과거로 돌려'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주문을 막는 계약 조항 자체가 기존 디벨론과의 계약을 부당하게 깨도록 만드는 '제3자의 불법 간섭'에 해당하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맞선다. 대리점은 서면 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밥캣 오브 맨댄은) 맨댄 매장에서 공개적으로 디벨론 장비를 팔아왔고, 슈퍼볼 광고에도 밥캣과 디벨론 제품을 모두 노출했다. 이제 와서 우리가 디벨론을 파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현재 맨댄 대리점은 소송을 내면서 계약 해지에 대한 '자동 정지' 효력을 얻었으며, 2025년 7월 법원은 이를 풀어달라는 밥캣 컴퍼니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다툼은 두산그룹의 사업 분할과 인수합병 뒤 생긴 밥캣 브랜드와 옛 계열사 사이의 복잡한 영업권과 판매 권한 충돌을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다. 법원이 계약 해지 정지 명령을 유지하면서,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