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억 달러 수입품 영향권…미국 내 '비용인상 물가상승' 압력 커져
세계 공급망 재편 불가피…한국 자동차·화학 등 주력 산업 타격 우려
세계 공급망 재편 불가피…한국 자동차·화학 등 주력 산업 타격 우려

자동차 부품과 화학제품처럼 우리 생활과 가까운 품목까지 관세망에 포함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 내 공급망에 부담을 더하고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대거 포함돼 국내 관련 업계는 초비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월요일부터 알루미늄이나 철강을 함유한 407개의 새로운 제품 범주에 50% 관세를 발효했다. 이번에 추가된 관세 목록에는 소화기와 같은 소방기기, 기계류, 건설 자재와 자동차 부품, 플라스틱, 특수 화학물질 등 광범위한 품목이 포함됐다. 사실상 철이나 알루미늄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관세 업무 전문가인 퀴네앤드나겔 인터내셔널 AG의 브라이언 볼드윈 부사장은 "빛나거나, 금속이거나, 철강이나 알루미늄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아마 목록에 포함될 것"이라며 "이것은 단순히 또 하나의 관세가 아니며 기존 보호무역을 넘어선 '규제 틀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상무부가 새로 포함한 제품들을 일반 제품명이 아닌 10자리 세관 코드로만 공개한 점도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수입업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3200억 달러 규모 충격…'물가 상승' 엎친 데 덮친 격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공급망 관리를 가르치는 제이슨 밀러 교수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2024년 수입 통관가치 기준으로 최소 3200억 달러(약 446조 7200억 원)어치 수입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추정치였던 약 1900억 달러(약 265조 2400억 원)에서 1300억 달러(약 181조 4800억 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치 탓에 자동차(부품 가격 상승), 건설(철골 구조재 가격 인상), 화학·플라스틱, 소비재(가구, 전자제품) 등 넓은 범위의 산업에서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밀러 교수는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확인됐듯, 국내 생산자들이 매기는 이미 오름세인 가격에 '비용인상 물가상승(cost-push inflation)' 압력을 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산업 되살리기"를 위한 예정된 순서라는 태도다. 실제로 US스틸, 알코아 같은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생산업계와 관련 노동조합은 제조업 고용 확대와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며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자동차·건설·소비재 제조업체는 막대한 부담을 떠안았다. 백악관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4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새로운 제품 포함 절차를 마련했고, 5월 중순 기업들의 요청을 받았다"면서 "수개월 동안 예고됐던 조치"라고 설명했다.
◇ 동맹국도 예외 없다…세계 공급망·교역 질서 흔들
이번 관세 확대의 파장은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교역 상대국 수출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며, 특히 한국은 자동차 부품, 화학소재, 전자제품의 대미 수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수년간 무역 갈등을 빚어온 중국과 추가 충돌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번 조치로 세계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전면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