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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EV 배터리 시장, 중국 CATL '독주'...LG에너지솔루션·BASF 투자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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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EV 배터리 시장, 중국 CATL '독주'...LG에너지솔루션·BASF 투자 철회

니켈 세계 1위 생산국, 서방 기업 잇단 투자 포기로 중국 의존 심화…현대차 점유율 44%→6% 급락
중국 푸젠성에 있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 본사 전경.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BASF 등 서방 기업이 잇따라 투자를 철회하면서 중국 기업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푸젠성에 있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 본사 전경.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BASF 등 서방 기업이 잇따라 투자를 철회하면서 중국 기업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BASF 등 서방 기업이 잇따라 투자를 철회하면서 중국 기업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니켈 아시아는 지난 21(현지시각) 보도에서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공급망 구축 야망에도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CATL 59억 달러 투자 vs 서방 기업 잇단 철수


CATL은 인도네시아에서 6개 프로젝트에 총 59억 달러(826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629일 서부 자바주 카라왕에서 열린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CATL과 국영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사(IBC) 간 협력이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 자바 공장은 2026년 말까지 연간 6.9기가와트시(GWh) 생산 능력을 갖춰 약 10만 대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용량을 15GWh로 늘릴 계획이다. 북말루쿠에서는 국영 광산 회사 아네카 탐방과 협력해 니켈 광산과 제련 시설을 건설하며, 2028년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가공품 생산 시설과 양극재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이런 투자 계획은 원래 2022년에 발표됐으며, 초기 계획은 2026년까지 배터리 공장과 제련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몇 년 늦은 공사가 이제 마침내 시작됐다.

반면 서방 기업들의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 전구체를 포함한 배터리 재료용 인도네시아 시설에 대한 77억 달러(107900억 원) 투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202412월로 마감된 연도 영업이익이 70%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말 실적 설명회에서 "수요 감소 위험에 대비해 운영 효율성을 지속 개선할 것"이라며 "2025년 계획된 자본 투자를 전년 대비 30% 이상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기한 프로젝트는 중국 제조업체인 저장 화유 코발트(Zhejiang Huayou Cobalt)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유럽 다국적 화학 기업 BASF와 프랑스 광산 회사 에라메가 북말루쿠 제련 시설 건설을 취소했다. 니켈 소재 공급은 늘어난 반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신규 투자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 배터리 기술 변화가 인니 통합 전략에 타격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조코 "조코위" 위도도 전 대통령 행정부는 이런 강점을 활용해 광물 채굴부터 전기차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한 나라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2020년 니켈 광석 수출을 금지하고 국내 제련을 의무화했다.

니켈 광석을 그대로 팔지 말고 인도네시아에서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전략이었다. 또한, 부가가치세와 사치세 면제를 포함한 여러 전기차 우대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배터리 기술 변화가 인도네시아 전략에 타격을 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니켈·망간·코발트(NMC)를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 탑재 차량 비율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50%로 떨어졌다. 반면 니켈이 들어가지 않는 인산철리튬(LFP)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50%까지 늘어났다.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를 널리 채택한 영향이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개설한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은 NMC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량의 98%를 한국과 인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202344%에서 지난해 6%로 급락했다. 지난 6월 기공식을 가진 CATL 배터리 공장도 NMC 배터리 생산용이다.

인센티브에 이끌려 많은 나라가 한때 투자에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많은 나라가 철수하면서 중국에 대한 국가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국 싱크탱크 첨단국방연구센터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능력의 약 75%를 통제하고 있다며 "이런 상당한 외국 영향력은 인도네시아 이익을 위해 산업을 통제하고 형성하는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에서 미·중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가 수출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NMC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현재 유럽에 집중돼 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LFP 배터리가 주류가 되면서 니켈 매장량을 활용하는 인도네시아 통합 생산 시스템의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

한 일본 제조사 임원은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대부분이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만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