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고래 지갑 이더리움으로 대거 이동...투기세력들, 비트코인 변동성 줄자 이더리움 '기웃'

7년간 잠자고 있던 비트코인 지갑이 최근 활동을 재개하며 보유 자산의 대부분을 팔고 이더리움 매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각) 블록체인 전문매체 더블록(The Block)은 블록체인 분석 업체 룩온체인(Lookonchain) 자료를 인용해 7년 전 비트코인 10만784개를 처음 수령한 ‘고래 지갑’이 최근 6만2914개의 이더리움을 현물 매수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금액으로 약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고래 지갑’은 동시에 13만5265개 규모(약 5억8000만 달러·약 8000억 원)의 이더리움 파생상품 롱(매수) 포지션도 구축했다.
룩온체인은 이번 움직임이 동일한 개인 또는 단체가 여러 지갑을 운용하며 추진한 더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또 다른 비트코인 ‘오리지널 고래(OG)’가 비트코인을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에 입금하고 이를 매도해 이더리움을 매수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면서 “온체인 추적 결과, 이 ‘오리지널 고래’는 7년 전 비트코인 8만5947개를 수령했고, 최근 보고된 거래 패턴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시장에서는 다수의 오래된 비트코인 보유자가 지갑을 재활성화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이동시키는 사례가 관찰됐다.
특히 이번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의 전환은 시기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거래에서 비트코인은 한때 약 11만2000달러까지 떨어지며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이더리움은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4878달러에 근접하는 흐름을 보였다.
현물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더리움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이 비트코인 ETF를 웃돌았다. 소소밸류(SoSoValue)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비트코인 ETF는 1억9430만 달러의 자금 순유출을 기록한 반면, 이더리움 ETF는 2억876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대거 이동하는 배경에 비트코인의 변동성 축소가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연간 변동성은 10여 년 전에는 200%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38%로 뚝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변동성이 주춤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이 성숙한 흐름을 보이자, 투기적 트레이더들이 새로운 놀이터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서치 업체 이더리얼라이즈의 비젝 라만 창업자는 “많은 트레이더에게 비트코인 거래는 이미 끝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이더리움은 여전히 저평가된 느낌이 있고, 더 높은 변동성과 반응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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