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5분 충전으로 720km 주행…상용차까지 수소 라인업 확대
'그린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단순 차량 넘어 생태계 구축
'그린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단순 차량 넘어 생태계 구축

현대차는 서울에서 열린 세계계량경제학회 행사장에서 신형 넥쏘를 전격 공개했다. 세계 경제 동향을 논하는 자리에서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가능성을 제시한 상징하는 장면이다. 많은 경쟁사가 조용히 수소 기술을 포기한 가운데 나온 현대차의 행보는 '업계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현대차의 비전은 단순히 수소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소 전문 브랜드 'HTWO'를 중심으로 생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수소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번에 공개한 신형 넥쏘는 이러한 거대 생태계 비전의 핵심 상징물이다.
◇ 720km 주행∙공간 확장…모든 것이 바뀐 '신형 넥쏘'
변화는 외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1회 충전 시간이 단 5분에 불과한데도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720km(국내 공인 기준)에 이르며, 시스템 총 출력 역시 최대 190kW(국제 사양 기준, 국내는 150kW)로 향상돼 한층 경쾌한 주행 성능을 예고했다. 차체는 길이 4,750mm, 너비 1,865mm, 높이 1,640mm로 기존보다 80mm 길어졌으며, 후방 적재 공간 역시 510L(2열 폴딩 시 1,630L)로 크게 늘어 실용성을 높였다.
실내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넓은 공간으로 꾸며 수소 에너지가 지향하는 친환경 가치에 부합한다. 여기에 대형 곡면 화면과 디지털 사이드미러, 최신 정보 오락 시스템(ccNC)을 탑재해 사양 경쟁력을 강화했다. 특히 현대차는 수소전기차가 단순히 배출가스가 없는 것을 넘어, 주행 중에 미세먼지를 걸러내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실제로 등급 내 최고 수준의 공기 정화 능력을 인증받았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 환경 개선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정도인지, 혹은 마케팅 수사에 불과한지, 이 점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 인프라 한계 넘기…'그린 수소 생태계'로 정면 돌파
그러나 수소 사회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연료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차도 무용지물이다. 부족한 충전 기반 시설은 수소의 꿈이 지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전기차 충전망 확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과제다. 현대차는 '그린 수소'의 자립 생산을 확대하고 다양한 국가와 협력해 기반 시설을 구축해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를 위해 충주에서는 생물가스를 활용한 폐자원 수소 생산 설비를, 부안에서는 수전해 기반의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하며 진정한 뜻의 친환경 수소 생산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수소 기술의 적용 범위를 승용차에만 한정하지 않고 상용차 부문으로 빠르게 넓히고 있다. 장거리 운행과 빠른 충전이 필수인 대형 트럭이나 버스 시장에서 수소의 강점이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이미 스위스에서 수백만 km의 실제 도로를 누비며 기술 신뢰도와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물론 업계의 압도하는 흐름은 여전히 전기차를 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의 끈질긴 수소 사랑은 역발상에 가까운 행보다. 세계 경쟁사인 토요타나 BMW 등도 일부 수소 기술의 명맥을 잇고는 있지만, 현대차처럼 대규모 기술·상품 투자와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곳은 사실상 유일하다. 이는 빠른 충전 속도와 긴 주행 거리, 대형 차량의 친환경이라는 수소의 명백한 장점이 결국 미래 운송 시장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담대한 판단이다. 현대차의 집념이 어떤 결실을 볼지, 앞으로 이동수단 시장의 중요한 관전 지점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