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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미가공 희토류' 수출 금지…"공급망 다각화, 中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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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미가공 희토류' 수출 금지…"공급망 다각화, 中 견제"

투자무역산업부 장관 "외국 투자자, 국내 가공·기술 이전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
美 '광물 확보' 압박 속 '지정학적 지렛대' 활용…린아스 등 서방 기업 투자 기회
말레이시아가 가공되지 않은 희토류 금속 수출을 금지하며,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시작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말레이시아가 가공되지 않은 희토류 금속 수출을 금지하며,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시작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모습. 사진=로이터
말레이시아가 가공되지 않은 희토류 금속 수출을 금지하며,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국인 중국과의 긴장된 무역 관계 속에서 광물에 굶주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자국의 다운스트림 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고 2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텡쿠 자프룰 압둘 아지즈(Tengku Zafrul Abdul Aziz) 투자무역산업부 장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지 광물 가공,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투자할 경우에만 말레이시아 희토류 부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단순한 원자재 수출국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희토류 가공 산업의 허브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분석가들은 말레이시아의 이번 조치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호주 기업 라이너스(Lynas)의 가공 시설을 통해 중국 이외의 세계 최대 희토류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카렘 카심(Qarrem Kassim) 쿠알라룸푸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분석가는 "말레이시아의 기존 역량은 글로벌 공급망에 통합하는 데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이 수출 금지는 말레이시아가 자국의 개발 요구를 우선시하기 위해 지정학적 힘을 행사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희토류 매장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7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2년에 걸쳐 공식화된 비즈니스 모델에 따르면 희토류로 만든 '슈퍼 자석'에 대한 전 세계 수요는 2030년까지 2020년 수준보다 1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4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하여 희토류 원소 수출 통제를 시행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중국의 무역 무기화에 대한 위기감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공급망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의 린아스 처리 시설은 더욱 전략적으로 중요해졌다.

그러나 중국도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은 말레이시아에 희토류 가공 기술의 일부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희토류 기술은 여전히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 말레이시아가 자국 산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기술 지원이 필수적이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찰스 창(Charles Chang) 교수는 "말레이시아는 희토류 부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제, 원심분리, 운송을 위한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말레이시아의 희토류 수출 금지가 중국이 현재 정유 기술 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와의 협력 범위를 "근본적으로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는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투자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카심 분석가는 "말레이시아가 무역 지향적인 외교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략적 희토류 부문은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는 미국, EU, 일본 및 기타 국가와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