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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조·PER 4배" 영원무역, AI 입고 '초격차'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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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조·PER 4배" 영원무역, AI 입고 '초격차' 굳힌다

美 텍스타일월드, 성래은 부회장 집중 조명..."50년 수직계열화가 팬데믹 위기 넘은 열쇠"
방글라데시 KEPZ 친환경 단지·싱가포르 CVC로 미래 투자... "지속가능성이 곧 생존"
증권가 "북미 재고 조정 마무리·자회사 스캇 정상화로 2026년 실적 퀀텀점프 기대"
글로벌 아웃도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영원그룹이 창립 50년을 넘어 인공지능(AI) 도입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아웃도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영원그룹이 창립 50년을 넘어 인공지능(AI) 도입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
글로벌 아웃도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영원그룹이 창립 50년을 넘어 인공지능(AI) 도입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섬유·의류 전문 매체 텍스타일월드(Textile World)는 지난 2(현지시각) 성래은 영원그룹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싣고, 영원그룹의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영원그룹을 "노스페이스 등 글로벌 톱 티어 브랜드의 핵심 파트너이자 연간 매출 30억 달러(44000억 원)를 올리는 숨은 강자"라고 평가했다. 성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지난 5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공급망 위기를 넘었다"라며 "앞으로는 AI와 자동화, 그리고 철저한 친환경 공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겠다"라고 강조했다.

위기에 빛난 수직계열화...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납기·품질 다 잡았다"


영원그룹은 1974년 성기학 회장이 설립한 이래 단순 봉제를 넘어 소재 생산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팬데믹 당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했을 때 영원무역이 경쟁사보다 돋보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성 부회장은 "팬데믹 이전부터 수직 통합 전략을 추진해왔고, 위기 때 자재 부문 확장을 더욱 서둘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원무역은 현재 방글라데시 현지 공장에서 가공사(Draw Textured Yarn)의 약 50%, 직물·편직물의 30%, 충전재의 40%를 직접 조달한다.

이러한 수직 통합은 외부 공급망 충격을 줄이는 한편 품질 관리와 납기 준수라는 제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였다. 성 부회장은 "자체 자재 품질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 고객사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황무지를 '녹색 심장'으로... 글로벌 ESG 표준 선도


영원그룹은 1980년 방글라데시 의류 산업에 진출한 '1호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현재 방글라데시 최대 민간 고용주로서 65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특히 치타공에 위치한 한국수출가공구역(KEPZ)은 영원그룹이 추구하는 '친환경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다.

성 부회장은 "2500에이커(300만 평)에 이르는 황무지에 11년 동안 나무 300만 그루를 심고 빗물 저장소 37곳을 만들었다"라며 "단순한 공장 지대가 아니라 학교, 의료 시설, 식물원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조성했다"라고 소개했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충족시키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영원그룹은 최근 베트남 공장의 석탄 보일러를 바이오매스 보일러로 전면 교체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태양광 발전 용량을 100MW(메가와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제조업 미래는 기술"... AI 도입하고 CVC950억 투자


성 부회장은 제조업의 전통적 방식을 넘어 첨단 기술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물류, 자재 계획, 공정 효율화 분야에서 AI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라며 "AI 도입은 자재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2022년 싱가포르에 6500만 달러(950억 원) 규모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해 지속가능성과 순환 경제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현재 두 번째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이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소재 혁신과 친환경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성 부회장은 "소비자들은 이제 옷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꼼꼼히 따진다"라며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 인력 육성과 '마음(Heart)' 경영


영원그룹은 전체 직원의 약 80%가 여성이다. 성 부회장은 여성 근로자를 관리자와 기술 전문가로 육성하는 '기어(GEAR)'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만 200명이 넘는 여성이 이 교육을 통해 관리자로 승진했다"라고 밝혔다.

창업주인 부친 성기학 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마음(Heart)'을 핵심 가치로 정립했다. 정직(Honesty), 우수성(Excellence), 민첩성(Agility), 책임(Responsibility), 함께(Together)의 영문 앞글자를 딴 것이다.

성 부회장은 "50년 전 다운 재킷 하나로 시작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결국 신뢰와 품질이었다"라며 "앞으로도 인도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차세대 디자이너를 육성하며 100년 기업의 기틀을 다지겠다"라고 말했다.

"PER 4... 악재 해소 국면 진입"


증권가는 영원무역의 현 주가를 두고 "이보다 더 쌀 수 없는 구간"이라 평가한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4배 수준으로, 글로벌 동종 업계 평균(12~15) 대비 극심한 저평가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미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며 OEM 수주가 회복세로 돌아선 점에 주목한다. 특히 아픈 손가락이었던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의 과잉 재고가 연말을 기점으로 해소될 전망이라, 2026년은 본업과 자회사의 '이익 쌍끌이'가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