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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마약·인종차별' 공장 의혹 소송…신뢰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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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마약·인종차별' 공장 의혹 소송…신뢰도 '흔들'

전직 임원들 "내부 고발 시스템은 블랙리스트" 폭로
미국 판매 13% 급감, GM은 111% 급증…커지는 위기론
마약, 인종차별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전직 임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테슬라의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약, 인종차별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전직 임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테슬라의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기차 시장의 혁신을 이끌어온 테슬라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충격적인 내부 실상을 고발하는 소송에 휘말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장 안에 만연한 마약 사용, 인종차별, 폭력 행위 등이 폭로되면서,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기업 문화의 붕괴와 머스크의 리더십 문제, 나아가 테슬라의 제품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각) 영국 인디펜던트지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의 전 보안 책임자 오젤 머리와 여러 전직 인사(HR) 임원들은 최근 159쪽 분량의 소장을 냈다. 소장에는 프리몬트 공장이 사실상 무법지대였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직원들이 공장 안으로 코카인, 펜타닐 등 마약류와 총기까지 들였으며, 흑인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인종차별 낙서와 위협에 시달렸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공장 내 성희롱 및 성폭행 사건을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에게는 허위 비위 혐의를 씌우거나 사직을 강요했으며, 내부 고발 시스템이 사실상 문제 제기자를 색출하는 '블랙리스트'로 쓰였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소장에는 "회사에게는 건전한 근무 환경보다 건전한 수익이 항상 더 중요했다"고 명시하며 테슬라의 경영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번 소송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까지 겨냥한다. 머스크가 공장의 인사 결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폭로에 테슬라 측은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수익이 먼저"…곪아 터진 내부 문제

이번 사태가 유독 심각한 까닭은 전직 임원급의 구체적인 내부고발이라는 점에 있다. 과거에도 노동 관련 소송은 있었지만 이번과는 무게가 다르다는 평가다. 전직 고위 임원들의 증언은 주장의 신빙성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혁신으로 포장한 브랜드 이미지 이면에 인권 침해와 안전 불감증이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잇따른 악재는 테슬라의 위기감을 키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 주주들은 로보택시 프로그램의 안전 위험성을 문제 삼아 회사와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판매 급감·경쟁사 부상…흔들리는 '혁신' 이미지

실적 또한 위기론에 힘을 싣는다. USA 투데이는 2025년 상반기 테슬라의 미국 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제너럴 모터스(GM)의 전기차 판매량이 111% 급증한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연이은 악재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업계는 이번 소송이 소비자 신뢰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윤리를 저버리고 안전을 등한시한 생산 환경이 차량 품질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원고 측은 불법 해고, 차별 방지 의무 불이행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앞으로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좋지 않은 인식이 확산되면 GM, 포드, 현대를 비롯한 다른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