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 경영대학원 "성과 보상 전제 무너져…오히려 해로운 행동 조장"
"자기 과시욕 부추겨 기업 성과·신용도 하락"…투자자 '머스크 위험' 우려 커져
"자기 과시욕 부추겨 기업 성과·신용도 하락"…투자자 '머스크 위험' 우려 커져

이러한 주장은 예일 경영대학원의 가우탐 무쿤다 강사에게서 나왔다. 경영학자이자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리더가 진정으로 중요할 때(Indispensable: When Leaders Really Matter)』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인터뷰에서 "이미 막대한 양의 주식을 보유한 CEO에게 대규모 자사주를 부여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에게 해로운 행동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무쿤다의 지적은 CEO에게 막대한 주식 보상을 하는 것이 경영 동기를 부여한다는 일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특히 보상 수령인이 이미 막대한 지분을 가진 때에는 이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테슬라 이사회가 290억 달러(약 40조 원)의 보상을 승인하기 직전, 머스크는 이미 당시 시가 1200억 달러(약 167조 원)에 이르는 회사 지분 13%를 보유한 거부였다. 무쿤다는 "그렇게 막대한 돈을 버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할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290억 달러(약 40조 원)를 추가하는 것은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성과 보상의 전제 자체가 무너진다"고 꼬집었다. 테슬라 측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거액 보상, 동기부여 아닌 '자기애'의 불쏘시개 되나
학계에서는 CEO의 자기애를 측정하기 위해 ▲연차 보고서의 사진 크기 ▲CEO 사무실 초상화의 크기 ▲공식 서명의 크기 ▲인터뷰에서 1인칭 단수 대명사 사용 빈도 등 다양한 대리 지표를 활용한다. 무쿤다는 머스크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님을 전제하면서도, 그가 "CEO들 사이에서 이례적일 만큼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기를 추구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아이언맨 2'에 카메오로 출연한 CEO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 '머스크 위험' 현실화?…기업가치 흔들릴 수도
실제로 다수의 학술 연구는 CEO 자기애와 기업의 부정적인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고 있다. 주요한 장기 위험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성과 변동성이 커진다. 한 연구는 '자기애에 빠진 CEO가 이끄는 회사는 극단적이고 불안정한 조직 성과를 낳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기차 혁신 성공과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사이버트럭의 실패를 오간 테슬라의 극심한 성과 변동과도 비슷하다. 둘째, 재무 성과가 나빠질 수 있다. 실증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수익성과 영업현금흐름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셋째, 신용도가 나빠진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자기애에 빠진 CEO가 이끄는 기업이 더 낮은 신용평가를 받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안은 CEO 보수 논쟁의 초점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수의 '형평성'이나 '자원 낭비' 쪽이 주로 거론됐지만, 이제는 보상 구조가 조직의 장기 건전성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새로운 논점이 떠올랐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머스크 개인이 곧 회사 위험'이 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테슬라는 이미 머스크의 트위터(X) 인수 논란, 예측 불가능한 경영 방식 등으로 주주 신뢰의 급등락을 경험한 바 있다.
짧게 보면 이번 보상 승인은 머스크의 회사 장악력을 강화하고, 강력한 팬덤 덕에 주가 충격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길게 보면 무리한 신사업 추진이나 지나친 자기 홍보 등 자기애 경영이 심화돼 경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 없는 테슬라를 상상하기 어려운 현 구조 속에서 기업가치가 더욱 그의 개인 행동에 종속될 위험이 커졌다.
이번 290억 달러(약 40조 원) 주식 보상은 단순한 보수 문제를 넘어 '머스크-테슬라' 구조 자체의 위험을 키우는 중대한 지배구조 경고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학계의 연구들은 이러한 초대형 보상이 동기 부여 효과보다 CEO 자기애를 강화해 기업의 장기 성과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테슬라의 이사회와 투자자들이 '보상의 효과'와 '장기 위험'의 균형을 다시 평가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