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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소등 공장'으로 무인화 질주…미국, '인간 중심'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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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소등 공장'으로 무인화 질주…미국, '인간 중심'으로 맞불

'중국 제조 2025' 힘입어 산업용 로봇 도입 세계 1위…테슬라도 제친 생산성
미국, 인력난 속 '인간-로봇 협업' 모델로 전환…'더 나은 일자리' 창출 목표
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이 '제조업 부흥'이라는 거대한 기치를 내건 사이, 중국은 정반대로 공장의 불을 끄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인간 노동력을 최소화한 '소등(消燈) 공장'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며 자동화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고 포브스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압도적인 로봇 공세에 직면한 미국은,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더 밝은 미래'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 中 '소등 공장'의 압도적 현실

중국 공장들이 말 그대로 어두워지고 있다. 사람의 손길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완전 자동화, 즉 '소등 공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2015년 발표된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핵심으로, 제조업의 첨단화와 자립화를 목표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전폭적으로 도입한 결과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70% 이상의 대규모 제조업체가 디지털·스마트 공장을 구현하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자동화를 통해 창업 4년 만에 연간 3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경쟁사인 테슬라가 10년 이상 걸려 달성한 규모다. 보도에 따르면 지커 공장의 한 구역은 어두운 조명 아래 로봇들만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WSJ는 이 공간을 "인간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자동화돼 이론적으로 조명을 완전히 끌 수 있다"고 묘사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수년간 이어진 인건비 상승이 있다. 중국은 자동화를 비용 문제의 핵심 해법으로 보고 로봇 도입에 압도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이 설치한 산업용 로봇은 27만 6000여 대로, 2위 일본(약 4만 6000대)의 6배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미국은 3만 8000대 도입에 그쳤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2022년 중국 스마트제조 산업 규모는 약 3조 위안(약 582조 원)을 돌파했으며, 관련 투융자 규모 역시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 美의 선택, '어두운 공장' 아닌 '밝은 미래'

중국의 '소등 공장' 모델이 미국 제조업의 미래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 반복 공정이 주를 이루는 중국과 달리, 미국 제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통상 SKU(재고 관리 최소 단위)가 많아 생산 라인에서 품목을 자주 변경해야 한다. 이는 사람의 개입이 필수적인 공정으로, 몇 시간씩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미국은 완전 자동화보다는 적응형·유연한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로봇을 도입할 여지는 충분하지만, 완전 자동화는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완전 자동화를 자랑하는 지커 공장 역시 조명이 꺼진 구역 외에서는 여전히 많은 인간 노동자가 내부 케이블 조립과 같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 로봇 유지보수를 위해서도 사람의 투입은 불가피하다.

미국 제조업이 나아갈 길은 노동자를 배제하는 완전 자동화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대중 무역 적자가 커지면서 제조업에서 약 28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역설적으로 지금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제조업연구소와 딜로이트는 앞으로 8년간 약 2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국에 필요한 로봇은 일자리를 없애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더 안전하고, 깨끗하며,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매력적인 일로 바꾸는 조력자다. 로봇은 생산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심각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생산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리스킬링(reskilling)'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로, 스마트 제조 전문 인력이 약 100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소등 제조'가 중국의 전략이라면, 미국의 미래는 인간의 창의력과 기계의 자동화가 시너지를 내는 '더 스마트한 공장'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