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는 결국 무위로 끝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중국이 수시로 나오는 미국의 제재에 신물이 나 미 생태계에서 독립된 자체 AI 생태계, 나아가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뿌리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발언이 중국인들을 모욕한 터라 중국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엔비디아 반도체를 쓰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20, B30A 다 부질없다
엔비디아는 첨단 AI 기술은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는 미 행정부의 규제에 맞춰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춘 H20을 수출해왔다. H10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올해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 등 미 AI의 성능에 버금가는, 일부 항목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보이는 고성능 AI를 공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H20 대중 수출을 막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H20 반도체 수출을 다시 허가했지만 전망은 어둡다. 엔비디아는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2분기 H20 반도체가 단 한 개도 팔리지 않았고, 이번 분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비관했다.
엔비디아는 그 돌파구로 블랙웰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B30A 반도체를 개발해 중국에 수출할 전망이다. H20보다는 성능이 좋지만 엔비디아의 최상위 모델인 블랙웰 B200보다는 훨씬 낮은 성능으로 제한되는 반도체다.
그렇지만 전망은 불확실하다. 엔비디아 반도체가 성능이 뒤처져 수출이 막힌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분쟁 속에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캠브리콘, 비야디(BYD), 화웨이
엔비디아가 H20 성능을 뛰어넘는 최신 아키텍처 기반 반도체 수출허가를 받아 중국에 내놓는다고 해도 이것이 중국 시장에서 먹힐지는 미지수다. 현재 흐름으로 보면 최고 성능 반도체를 수출해도 중국 시장에서 오래 버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맥닐은 중국 전기차 시장의 양상을 보면 엔비디아의 운명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처음에는 테슬라를 끌어들여 자국 전기차 시장을 키웠다. 테슬라가 전기차 기술을 중국에 전파하면서 중국 토종 업체들 역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자 테슬라는 사실상 배척당하고 있다.
중국 토종 업체 비야디(BYD)가 중국 시장을 장악했고, 다른 군소 토종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면서 테슬라의 입지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이 그 길을 밟고 있다.
중국은 이미 검증된 이 같은 전략으로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 굴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캠브리콘은 중국에서 비야디가 테슬라에 그랬던 것처럼 엔비디아를 대체할 AI 반도체 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처럼 최고의 기술로 무장한 제품이 아니다. 최고의 기술이 접목됐다면 더 좋겠지만 최고가 아니더라도 중국 시장을 끌어올릴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
중국 정부는 ‘백도어’ 같은 보안 문제를 들먹이며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하려면 충분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런 기류는 중국 AI 업체들의 태도 전환을 부르고 있다.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업체들은 최신 AI 모델이 “곧 출시될 토종 반도체”에 최적화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AI플러스(+) 전략
맥닐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러트릭 상무장관이 지난 7월 미국의 전략은 중국에 “최고도, 2등도, 3등 제품도 아닌…그저 (중국이) 중독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나라하게 속마음을 드러낸 최악의 발언을 최악의 시기에 쏟아낸 것이다.
중국이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미 미국의 블랙리스트 지정, 수출 통제 등으로 토종 기술 생태계구축 필요성을 느끼던 중국을 감정적으로 자극하면서 중국이 그 강도와 속도를 강화하도록 만드는 악수가 됐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3월 리창 총리의 입을 통해 ‘AI플러스(+)’ 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AI가 사회와 경제 모든 분야와 접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은 이 계획의 강도를 더 강화하면서 중국의 토종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외부의 적’이라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설 자리는 없다.
맥닐은 중국 토종 AI 반도체 업체들이 도약한다고 해도 당분간 엔비디아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중국을 포기하고 넘볼 수 없는 기술력으로 그 외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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