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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브로드컴·미디어텍, AI 칩 성장 속 '수익성' 딜레마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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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브로드컴·미디어텍, AI 칩 성장 속 '수익성' 딜레마 직면

브로드컴, AI 주문 잔고 730억 달러에도 "ASIC 마진 낮아" 우려 표명
클라우드 기업 설계 권한 강화…IC 설계사, '성장 위한 마진 희생' 구조적 변화 직면
브로드컴과 미디어텍 등 IC 설계사들이 AI 칩(ASIC) 주문 폭증에도 불구하고, 고객 주도 설계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ASIC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브로드컴과 미디어텍 등 IC 설계사들이 AI 칩(ASIC) 주문 폭증에도 불구하고, 고객 주도 설계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ASIC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
브로드컴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주문 잔고가 강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ASIC(주문형 반도체) 제품의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이 비(非) AI 제품보다 낮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디지타임스 등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SIC의 낮은 마진은 고객 주도 설계 변경 및 생산 타이밍 변동성 때문에 발생하는 업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시장의 우려가 다소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인프라 시장의 권력이 최종 고객(CSP)에게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CSP들이 직접 칩을 설계하면서 파운드리(TSMC)와의 관계는 ASIC 벤더(Broadcom, MediaTek)들이 아닌 CSP들이 직접 통제하려 하고 있다.

AI 잔고 증가와 마진 압박의 구조


브로드컴은 AI 제품 주문 잔고가 최소 730억 달러(약 107조 원)에 달하며, 향후 6분기 동안 점진적으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가 월스트리트의 기대치에 약간 못 미쳤고, 혹 탄(Hock Tan) CEO가 AI 관련 매출총이익률이 비-AI 제품보다 낮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또한, 탄 CEO가 다음 분기 '비-AI 사업' 매출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026년 전체 AI 매출에 대한 예측 제공을 거부한 것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ASIC 생산 일정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ASIC 주문이 늘고 있지만, 고객사의 설계 변경이나 양산 지연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의 이러한 발언은 자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미디어텍을 포함한 업계 내부자들은 낮은 ASIC 매출총이익률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양사 모두 이전 실적 발표에서 이러한 추세를 인정했으므로 시장이 이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CSP 주도 설계 강화의 딜레마


IC 설계사들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진짜 문제는 ASIC 자체의 낮은 마진보다,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의 역할 변화에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CSP들은 자체 칩 개발 역량을 강화하여 대부분의 프런트엔드(Front-end) 설계 프로세스를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이들은 ASIC 벤더들에게 핵심 IP와 백엔드 패키징 및 제조 서비스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핵심 아키텍처 설계가 부족한 프로젝트는 당연히 더 낮은 마진을 가져온다. 대형 고객사들이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면서 저마진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는 브로드컴 같은 IC 설계사의 전체 수익성에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된다.

브로드컴이 겪는 마진 압박은 ASIC 벤더들이 '성장'을 위해 '마진'을 희생해야 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AI라는 거대한 흐름에 참여하고 기술 역량을 유지하는 것은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기에, 마진 압박에도 불구하고 ASIC 시장 참여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미디어텍이 지적했듯이, ASIC의 매출총이익률이 낮더라도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이 부분적으로 이를 상쇄하므로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브로드컴, 마벨, 미디어텍과 같은 전통적인 IC 설계사들은 마진 희석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 보존'보다는 '매출 성장과 신규 사업 확장'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클라우드 AI 붐 속에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결국 낮은 매출총이익률은 IC 설계사들이 AI 시대에 사업 범위와 기술력을 확장하기 위해 기꺼이 수용하는 '필요한 트레이드오프'로 인식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