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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산업계, '높은 에너지 비용'에 벼랑 끝… 에너지 전환 정책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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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산업계, '높은 에너지 비용'에 벼랑 끝… 에너지 전환 정책 '역풍'

가정용 전기요금 2% 인상, 연간 2,300달러 돌파… 산업용 전기료는 유럽 대비 4배 높아
'탄소 감축 비용' 37억 달러… 풍력 과잉 공급 등 '재생 에너지' 문제로 전력비 폭등
2025년 5월 28일, 기술자들이 영국 치체스터 인근 굿우드에 있는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조 공장에서 롤스로이스 컬리넌 및 스펙터 차량 조립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5월 28일, 기술자들이 영국 치체스터 인근 굿우드에 있는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조 공장에서 롤스로이스 컬리넌 및 스펙터 차량 조립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의 높은 에너지 비용이 산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는 가정용 전기 가격 상한선이 또다시 인상된 것은 물론, 산업용 전기 요금 또한 유럽 대륙보다 4배나 높아 영국 정부의 에너지 전환 계획에 역풍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의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가 보도했다.

지난주 영국의 에너지 규제 기관 오프젬(Ofgem)은 10월부터 가정용 전기 가격을 2%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가구당 연간 전기 요금은 2,300달러(약 317만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많은 국민이 이미 전기 요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은 정부에 더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전기 요금 인상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감축(curtailment)' 비용이다. 이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 풍력 터빈이나 태양광 설비를 꺼야 하는 상황에서, 운영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2024/25 회계연도에 영국 국가 에너지 시스템 운영업체(NESO)는 풍력 발전기 보상금과 풍력 발전량이 적을 때 기저부하 발전을 시작하는 비용을 포함하여 총 27억 파운드(약 37억 달러, 한화 약 5조 원)의 '균형 비용'을 지불했다.
NESO는 보고서에서 "풍력 감축이 현재 비용 균형의 주요 동인"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풍력 용량의 상당 부분이 전력망 용량이 제한적인 스코틀랜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엄청난 전기 비용은 가정에 큰 문제이지만, 산업 사용자에게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로이터 통신은 산업용 전기 소비자들이 유럽 대륙 사용자보다 4배나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용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난 4년간 산업용 전기 요금으로 290억 파운드(약 40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높은 전기 요금은 기존 풍력 및 태양광 용량의 대폭 증가, 운송 전기화, 배터리 저장 등 영국의 '넷제로' 계획에 주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건설하려면 막대한 정부 자금이 필요하며, 이제 이 자금은 높은 전기 요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용 전기 소비자에게 지원되어야 한다.

게다가 풍력 터빈 자체에도 '바람 도둑질(wind theft)'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라는 평판을 훼손하고 있다. 특정 위치에 터빈이 많을수록 서로의 바람을 훔쳐 생산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납세자로부터 더 많은 국가 지원을 받아 그들의 청구서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 영국의 넷제로 노력이 의도치 않은 '탈산업화'와 '에너지 빈곤'의 급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세계 산업용 전기 가격에서 중국은 확실한 선두주자다. 이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의 높은 에너지 비용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계획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영국 산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