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5500억 달러 투자 향방에 '촉각'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대외직접투자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인해 엔화 약세 압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금리 인하 요구 등으로 달러 매도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일 관세 협상에 포함된 거액의 대미 투자가 향후 엔화 약세 압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가 2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달러가 4엔 이상 급락했던 미국 고용통계 발표 후 거의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엔달러 환율이 146엔에서 148엔 부근에서 큰 조정 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와 출자 등 이른바 ‘크로스보더 M&A’와 관련된 엔 매도/달러 매수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액의 M&A 거래를 진행할 때 환율이 크게 움직이는 등의 역효과를 줄이기 위해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소량 매수를 하는 방식을 취한다. 간헐적으로 나오는 달러 매수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 조정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시장에서는 제2차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관세 및 인수 규제 강화에 대한 경계로 다소 주춤했던 일본의 대미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재무성이 1월 집계한 일본의 대외 투자액은 순 1.4조 엔으로 월간 기준 2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를 거듭 촉구하면서 6월에는 5조 엔을 넘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6월 가장 큰 거래라고 할 수 있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포함해 1~6월 누계 총 16조1000억엔을 기록,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7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스미토모 생명보험과 오릭스, 미쓰비시상사, 일본우편선, 소프트뱅크그룹, SOMPO홀딩스가 잇따라 대외 투자를 발표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시장영업부 외환트레이딩그룹장 노야 타쿠미는 “해외로 활로를 뚫을 수밖에 없는 일본 기업의 대형 인수가 늘어나고 있어 엔화 매도와 가 이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일 양국이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5500억 달러(약 80조 엔)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한 향방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엔달러 환율은 1조 엔 거래 증가 시 대략 1엔 전후의 변동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 수석 애널리스트 사사키 유우는 “절반인 40조 엔만이라도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엔달러가 40엔 가량 올라간다고 해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80조 엔 중 어느 정도가 실제로 엔 매도/달러 매수 주문으로 외환 시장에 유입되는가를 주목하고 있다. 지급이 달러라면 보유 중인 달러를 충당할 수도 있고, 자금 조달을 달러로 하면 환 거래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JP모건 체이스 은행 환율 조사부장 타나세 준야는 “대출의 대부분은 환율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달러 조달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환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엔 매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3년 반 동안 수조 엔에 그칠 것이며, 엔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