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47분께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6.0 지진으로 이날까지 1124명이 사망하고 325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인도주의 단체 '아프간 적신월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주택은 8000채 넘게 파손됐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당국은 지진 현장에서 전날에 이어 이틀째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무너진 주택 잔해에서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될 때마다 흰 수의로 시신을 감싼 채 기도한 뒤 매장했다. 사망자 가운데 일부는 어린이였고, 부상자들은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600명 넘게 사망자가 발생한 쿠나르주에서는 3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됐다. 일부 구조대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악천후 탓에 외딴 지역에는 아예 접근하지 못하는 등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망이 끊긴 지역이 있는 데다 아직 실종자도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트 매리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담당관도 "이번 지진 발생 지역은 지난 하루 이틀 동안 폭우까지 내려 산사태 위험도 상당히 크다"며 "많은 도로도 끊겼다"라고 전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14만5000달러(약 2억원)를 지진 복구비로 배정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 피해가 탈레반 정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여서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영국 외무부는 아프간에 긴급 자금 100만 파운드(약 18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금은 탈레반 정권이 아닌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적십자사(IFRC)를 통해 의료 서비스와 긴급 구호품을 제공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인도 외무부도 대피용 텐트 1000개를 아프간에 전달했으며 쿠나르주로 식량 15t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아프간에 구조대를 파견하고 식량, 의약품, 텐트 등 긴급 지원 물품도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아프간이 필요하면 가능한 한 범위 내에서 재난 구호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도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애도의 뜻을 표하고 조속한 복구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지진의 발생 깊이가 8㎞얕았고 진흙 벽돌로 부실하게 지은 주택이 아프간에 많아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컸다.
한편 아프간, 파키스탄, 인도로 이어지는 지대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2023년 10월에도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에서 규모 6.3 강진이 발생해 2천여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4500명이 발생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