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과 기술 발전에 힘입어 대중화 조짐…농촌 지역 충전소 부족은 해결 과제로 남아

1900년대 초 매사추세츠 서부 버크셔 지역은 휴양지인 동시에 230여 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시험 운행과 신제품 개발에 나선 자동차 산업 태동의 현장이었다고 역사학자 버나드 A. 드류가 전했다. 당시 에디스 워튼 등 지역 주민들도 자동차에 매료됐지만 잦은 고장과 정비소 부족에 불편을 겪었다. 헨리 포드가 1908년 ‘모델 T’를 내놓은 뒤에는 2단 수동 변속기의 조작이 쉬워지고 대량 생산과 저렴한 가격 덕에 1914년 연간 판매량이 30만 대를 넘었다. 그러나 대공황 때까지도 농촌에서는 마차가 흔했고, 자동차가 미국 전역에 퍼지기까지 30년가량 걸렸다.
현재 미국 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이며 2020년 2%에 비해 크게 늘었다. 초기 고가 모델이었던 테슬라, 포르쉐, BMW 등 브랜드 전기차는 얼리 어답터 중심이었으나 가격 차이가 점차 줄고 있다. 포드 최고경영자(CEO) 짐 팔리는 2027년 3만 달러(약 4100만 원)대 전기 픽업트럭을 내놓는다 밝혔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저가형 모델 Y를 곧 출시할 계획이라 발표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세기 초 포드 모델 T 대중화와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충전 속도 개선, 공공 충전소 확충, 주행 거리 연장, 겨울철 성능 향상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 내 공공 충전소는 6만 4천여 개지만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특히 농촌과 교외 지역은 충전소 부족 탓에 전기차 등록 비율이 도시보다 낮다. 오리건 주의 경우 농촌 인구가 35%를 차지하지만, 전기차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이는 전기차가 ‘도시적’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업계가 본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모델 T’ 시대와 닮은 대중화 변곡점에 섰다. 과거 버크셔가 자동차 혁신의 시험장이었듯, 오늘날 농촌 지역에서도 전기차가 천천히 확산되고 있다. 다만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가격 등이 보급 관건으로 남아 있다. 이는 자동차 역사를 통해 산업 혁신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