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 규제 속 중국 기술 자립 가속…향후 74조 원대 투자로 AI 생태계 확장 도모

◇ 알리바바 AI 반도체 개발 배경과 전략
미국과의 기술경쟁이 심해지고 미 정부가 첨단 AI 칩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국가 안보와 경제 전략 목표로 정했다. 알리바바는 반도체 설계 자회사 티헤드(T-Head)를 통해 AI 칩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9년 Hanguang 800 칩을 시작으로 AI 반도체 역량을 키워온 알리바바는 이번에 엔비디아 GPU가 주로 담당해 온 AI 학습(training) 대신 추론 업무에 적합한 칩을 선보였다. 이는 AI 시장에서 현실적 진입로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칩은 엔비디아의 CUDA 같은 저수준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파이토치(PyTorch)와 텐서플로(TensorFlow) 같은 높은 수준 소프트웨어와 호환해 개발자가 기존 AI 애플리케이션을 크게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호환성 덕분에 개발자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시장 확산에 유리하다.
◇ AI 반도체 시장과 기술 격차
엔비디아가 중국 내 판매액 일부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하면서 미·중 AI 칩 시장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알리바바가 독자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산업계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 경제·사회·정치에 미치는 영향
알리바바 AI 칩 개발은 기술경쟁 차원을 넘어 중국 국가 안보와 경제 독립과 직결된 사안으로 해석된다. 미국 기술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알리바바는 향후 몇 년 동안 3800억 위안(약 74조 원)를 투자해 AI와 반도체 기술을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료·교육 등 여러 산업에서 AI 보급 확대와 기술 고도화가 기대된다.
정치적으로도 미·중 기술 분리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독립된 AI 생태계를 만드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쟁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 표준 이원화와 상호 호환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아직 엔비디아와 기술 격차를 완전히 좁히지 못했지만, 추론 AI 칩에 집중하며 현실적 시장 진입 방식을 택했다”면서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 알리바바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