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회 의원들이 최근 체결된 EU·미국 무역협정에 대해 “일방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수정 요구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브뤼셀은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관세는 27.5%에서 15%로 인하된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번 협정이 EU에 불리하게 진행됐다며 의회 비준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베른트 랑게 독일 사회민주당 의원(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으며 입법 승인 과정에서 수정안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50%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 점을 문제 삼았다.
카트린 반 브렘프트 벨기에 사회민주당 의원은 협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우리는 이를 무조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틴 시르데반 독일 좌파그룹 공동대표는 “EU가 항복했다”며 소비자 물가 상승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프랑스 국민연합(RN)의 티에리 마리아니 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을 강요했다”며 EU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안나 카바치니 독일 녹색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서명 직후에도 추가 관세를 위협했다”며 이번 합의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자유주의 성향의 재생그룹 의원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 다섯 개 주요 정당 그룹은 전체 725석 중 396석을 차지하고 있어 협정 비준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 무역 총국을 이끄는 사빈 베이얀(독일 출신)은 이번 합의가 “미국의 다른 어느 교역 상대국보다 나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가 무산되면 새로운 무역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전면적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베이얀은 “협상에서는 항상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합의가 무산될 경우 상황은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