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자녀 지원으로 노후 자금 위기, 75% 부모가 해마다 평균 7000달러 지원
의료비·교육비로 본인들의 재정 압박
의료비·교육비로 본인들의 재정 압박

◇ 성인 자녀 지원 급증, 예상보다 장기화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45세 이상 부모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가 있는 부모의 75%가 경제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마다 평균 지원액은 7000달러(약 97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원을 제공하는 부모의 절반 가까이가 당초 예상보다 지원 기간이 길어졌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자녀의 성공한 독립을 돕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의존성을 키우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더 큰 인구학 변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25~34세 성인의 18%가 부모 집에서 살고 있으며, 더 많은 성인이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갖고 있어 육아 비용이 은퇴 계획 시기와 겹치는 현상이 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40세 이상 여성의 출산율(전체 출산의 4.1%)이 10대 출산율(4%)을 넘어섰다.
◇ 의료비 부담으로 은퇴 자금 고갈 사례
48세에 홀로 3명의 쌍둥이를 낳은 전 육군부 민간 직원 멜리사 피타드의 사례는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는 당초 안정한 은퇴 경로에 있었다. 주택담보대출은 거의 완납 상태였고, 대령급 급여의 60%에 해당하는 연금을 쌓고 있었으며, 연방저축계획과 기타 투자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56세에 직장이 버지니아에서 앨라배마로 이전하면서 조기 은퇴를 선택했고, 연금과 시간제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세 자녀 모두 의료 문제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피타드는 "건강한 자녀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모가 된다"며 "큰 의료비나 치료비를 고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좋은 건강보험이 있어도 비용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녀의 본인 부담 의료비는 39만 2000달러(약 5억 4400만 원)를 넘었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그녀는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현재 71세인 그녀는 저축이 바닥나가고 있으며, 연금이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고 애완동물 돌봄 일로 수입을 보충하고 있다. 여전히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를 포함해 22세 3명의 쌍둥이를 지원하고 있다.
◇ 전문가들의 조언과 대응 방안
워싱턴DC에서 30년 넘게 입법업무에 종사하다 2011년 은퇴한 스티븐 버디어는 "자녀들에게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하는지 이야기하라"며 "내 자녀들은 할아버지와 나로부터 은퇴 저축에 대해 들었다. 이들은 각자 직장의 연금 제도에 참여하고 있고, 때때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록빌 소재 애커만자산관리 제임스 애커만 대표는 "7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며 "건강 문제가 무엇인지, 그 비용을 지불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고용이 보장되고 항상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밀러 이사는 가족 간 명확한 기대치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쪽 모두 명확한 기대가 없으면 지원이 혼란스러워지거나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감사 인사, 집안일 도움,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주는 것과 같은 단순한 형태로라도 보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커만 대표는 "자녀를 돕기 위해 자신의 재정 상황을 파괴하거나 위험에 빠뜨린다면 누가 당신을 도울 것인가"라며 "직접 재정 지원에 너무 깊이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재정 상태를 철저히 분석하고 한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 자금은 대출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자식에 대한 지원에 앞서 무엇보다 자신의 은퇴 자산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