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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한미 정상회담 열흘 만의 '날벼락'…43억 달러 공장 멈춘 美 비자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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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한미 정상회담 열흘 만의 '날벼락'…43억 달러 공장 멈춘 美 비자 장벽

미국, 현대차 조지아 공장 급습…한미 '투자 동맹' 근간 흔들
정부, 외교장관 급파해 수습 총력…정치권 "치유 힘든 상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DVIDS를 통해 제공한 이 영상 캡처 이미지에는 2025년 9월 4일 목요일,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전기차 공장에서 공장 직원들이 다리에 족쇄를 차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DVIDS를 통해 제공한 이 영상 캡처 이미지에는 2025년 9월 4일 목요일,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전기차 공장에서 공장 직원들이 다리에 족쇄를 차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미국 이민세관단속국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이 한미 동맹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고 AP통신, BNN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이번 단속으로 43억 달러(약 6조 원)짜리 합작 사업 건설이 멈췄고, 기업들은 미국 출장을 금지하는 등 그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장관을 급히 보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미국의 일방 조치를 향한 비판과 함께 대미 투자 전략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일 미국으로 떠나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의 귀국 절차를 마무리한다. 대통령실도 특별팀을 꾸려 함께 대응하고 있다. 붙잡힌 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으로, '자발적 출국' 형식으로 이번 주 안에 전세기로 돌아올 예정이다.

조 장관은 "붙잡힌 노동자들에게 개인의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전제로 협상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에서는 모두 475명이 붙잡혔고, 이 가운데 300명 넘는 이가 한국인이었다.

◇ "군사 작전 같았다"…여야 없는 비판과 '배신감'

정부의 외교 노력과 달리 국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장갑차까지 동원해 노동자들에게 족쇄를 채운 미국의 지나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미국 당국이 군사 작전처럼 수백 명의 한국인을 이런 식으로 붙잡는다면, 어떤 한국 기업이 앞으로 미국에 제대로 투자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이번 단속이 한국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격한 반응의 배경에는 미국의 단호한 '법 집행' 논리와 우리가 느끼는 '배신감' 사이의 깊은 골이 자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을 "불법 체류자"로 못 박으며, 앞으로 첨단 기술 이전은 한국 전문가를 불러 미국인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 또한 "불법 체류자들은 붙잡히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지난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져 충격을 더한다. 당시 두 나라는 긴밀한 경제 협력을 다짐했고, 한국은 정부 기금 3500억 달러와는 따로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 '시험가동' 발목 잡은 비자…경제 피해 현실로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의 융통성 없는 비자 제도가 근본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숙련 기술자 비자 발급 제한과 허술한 체류 자격 관리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구윤철 장관은 "오는 10월 공장 시험 가동을 위해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간 것으로 안다"며 "공식 비자를 받기는 매우 어렵고 시간은 없어 전문가들이 (단기 비자로)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단속의 경제적 피해는 이미 현실화했다. 합작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공장 건설을 잠시 멈췄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하청업체가 법을 잘 지켰는지 모두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의 미국 출장을 대부분 막고 현지 주재원도 불러들이고 있다. 당장 오는 10월로 잡혔던 배터리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사업 전체가 잇따른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두 나라 사이의 법과 제도의 미흡한 점, 외국 인력 활용 방식, 국제 투자 환경의 변화, 첨단 산업 정책의 복잡한 갈등을 드러낸 대표 사례다. 조현 장관은 "공장 완공이 늦어지면 미국에도 큰 손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릴 것"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비자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협상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