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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희토류 국영기업, 수출 통제 '역설'에 실적 급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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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희토류 국영기업, 수출 통제 '역설'에 실적 급반등

가격 폭락에 적자 허덕이던 국영기업들, 정부 규제로 'V자 회복'
'자원 무기화'에 서방은 '탈중국' 가속…공급망 재편에 고립 자초
EV(전기차)나 군사 시스템 등 폭넓은 용도에 사용되는 희토류 원료.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면서 국제 가격이 급등하자, 역설적으로 자국 국영기업들의 실적이 급반등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EV(전기차)나 군사 시스템 등 폭넓은 용도에 사용되는 희토류 원료.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면서 국제 가격이 급등하자, 역설적으로 자국 국영기업들의 실적이 급반등했다. 사진=로이터
중국 정부가 단행한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자국 국영기업들의 실적을 급반등시키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맞서 꺼내든 '자원 무기화' 카드가 국제 희토류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가격 폭락과 수요 부진으로 신음하던 자국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구명줄이 된 셈이다. 이는 시황에 따라 경영이 좌우되는 중국 희토류 산업의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고 닛케이가 9일(현지시각)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중국 3대 희토류 국유 그룹 산하 주요 상장사들의 2025년 상반기(1~6월) 실적은 일제히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희토그룹 산하의 중국희토그룹자원과기는 매출이 18억7500만 위안(약 36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고, 2억4400만 위안(약 475억 원)의 순손실을 딛고 1억6100만 위안(약 31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회사 쪽은 "희토류 제품의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같은 그룹 소속인 광성유색금속은 저수익 무역 사업을 정리하며 매출은 26억7700만 위안(약 5214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대신 3억 위안(약 584억 원)이 넘던 순손실을 털어내고 7200만 위안(약 14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업계 최대 기업인 중국북방희토그룹하이테크는 매출이 45% 늘어난 188억6600만 위안(약 3조6749억 원), 순이익은 20배 이상 급증한 9억3100만 위안(약 1813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중국 정부가 올해 4월 단행한 수출 제한 조치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국의 지위를 활용해 17개 품목 가운데 사마륨, 가돌리늄, 디스프로슘 등 7개 핵심 품목의 공급을 통제했다. 전기차(EV)·풍력발전·군수산업 등 첨단 산업에 필수 희토류 공급이 막히자 일본, 미국, 유럽 등 서방 산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반면 국제 가격은 급등했다.

◇ 잇단 통폐합에도 '속수무책'…수출통제가 '극약처방'


덩샤오핑 전 주석이 1992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중국 희토류 산업은 오랜 기간 난립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2011년에 이르러서야 국무원 주도로 국유기업 위주의 재편에 나서 6대 그룹 체제를 만들었고, 2021년에는 이 중 3개사를 통합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할하는 '중앙기업'인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업계는 4대 그룹을 거쳐 최종 3대 그룹 체제로 단일화했다.

'항공모함급' 기업의 탄생에도 업계의 부진은 계속됐다. 실제로 업계 재편에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경기 둔화와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최대 기업인 북방희토조차 순이익이 80% 넘게 감소했다. 중국 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앞에서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도 무력했던 것이다.

결국 이번 수출 통제라는 '극약처방'이 가격을 반전시키면서, 거꾸로 중국 희토류 산업이 외부 가격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뚜렷이 보여줬다.

◇ 中의 '자원 무기화', 서방의 '탈중국' 가속화 불러


희토류 가격 상승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중국의 해외 자원 확보 선봉 역할을 하는 성화자원홀딩스는 지난 5일, 호주 피크 레어어스 리소시스 인수 금액을 당초 발표보다 23% 높은 1억9500만 호주 달러(약 1787억 원)로 올렸다. 희토류 가격이 오르면서 해외 매물 가치도 덩달아 뛰어 인수에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정치·군사 무기화'가 서방의 '공급망 탈(脫)중국'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미국, 호주 등 서방 진영은 물론 유럽연합(EU)까지 중국을 배제한 자원 다변화 정책을 펴며 자체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광성유색금속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세계 희토류 시장 가격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만약 별도의 국제 공급망이 구축된다면 희토류 시황은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로는 중국의 공급 제한에 따른 가격 반등과 국유기업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로는 중국의 시장 지배력 약화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실적 회복은 근본 체질 개선이 아닌 일시 호황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정부 스스로도 수출 규제와 산업 재편만으로는 지속 성장 기반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앞으로 중국 희토류 산업은 세계 경기와 신재생에너지 수요 등 수요 쪽 변화와 국제 사회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 속도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