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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터져도 살아남는다…빅테크 554조 원 투자의 '진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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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터져도 살아남는다…빅테크 554조 원 투자의 '진짜 속셈'

데이터센터는 AI 실패해도 재활용 가능한 '만능 자산'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AI 기술 자체보다는 앞으로 어떤 용도로든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산 확보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챗GPT-4o이미지 확대보기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AI 기술 자체보다는 앞으로 어떤 용도로든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산 확보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챗GPT-4o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는 실상 AI 기술 자체보다는 앞으로 어떤 용도로든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산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 시각) 악시오스는 현재 AI 관련 수천억 달러 투자의 대부분이 컴퓨팅 파워, 하드웨어, 건물 등 AI 기술이 실패하더라도 실질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자산에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거품 터져도 남는 '진짜 자산'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애플 등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80조 원) 규모 빅테크 5개사는 최근 분기 말 기준 총 4000억 달러(약 554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AI 기술 그 자체에 대한 확신보다는 인프라를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어서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당시 광섬유 용량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당시 투자 타이밍은 빗나갔지만 결국 그 대역폭이 모두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AI 모델 훈련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엔비디아 칩들도 원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불리며 이미지 처리와 게임용으로 개발됐다가 2010년대 암호화폐 채굴에 활용됐고, 이후 생성형 AI 훈련에 최적화된 칩으로 다시 태어났다.

업계에서는 AI 서버 팜을 다른 종류의 작업에 쓰이는 컴퓨팅 센터로 쓰임새를 바꾸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 어디서도 과도한 건설에 대한 위험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 제품개발비 투자 한계와 주주환원 부담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넘쳐나는 현금의 효율적 활용 문제도 있다. 제품 개발과 연구원 채용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최근 이 분야 시장 허용 한계를 시험해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배당금 지급을 기피한다. 배당 지급이 성장동력 소진 신호로 해석돼 주가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정기로 배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간접 주주환원도 한계가 있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수십억 달러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유용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빅테크 기업 경영진 시각에서 보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수십억 달러를 운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유용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AI가 계속 번창한다면 기업들은 이를 따라갈 수 있는 용량을 확보하게 되고, AI가 망한다면 AI 이후에 올 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쓰임새를 바꿀 수 있는 컴퓨팅 자산을 갖게 된다는 계산이다.

◇ 고용 창출 효과는 제한적


브라우저 개척자이자 벤처캐피털 베테랑인 마크 안드리센은 2011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선언했지만 최근에는 "건설할 때가 됐다"는 슬로건으로 물리적 인프라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건설 단계에서는 일자리를 늘리지만 장기 고용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명한 투자자 낸시 탱글러는 지난 4일 "기업들이 사람 자본 대신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인프라 지출이 모델 훈련만큼 고용 창출에 효과적이라면 미국 경제가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범용인공지능(AGI) 또는 '초지능' 달성을 위한 AI 프런티어 모델 훈련 비용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동시에 AI를 중심으로 기업 백엔드와 소비자 온라인 서비스 기반을 다시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데이터센터 용량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런 투자가 글로벌 AI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미국을 위한 일격이라고도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