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 조사 35% "미국 믿을 수 없어"...코리안헤럴드 조사선 60% "미국, 북한 공격시 핵 불사용"

미국 동맹 신뢰도 추락, 핵무장 여론 확산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953년 맺어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한국인의 35%는 미국을 믿을 수 없는 동맹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리안헤럴드가 작년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60%가 북한 공격 시 미국이 핵무기를 써서 서울을 지킬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답한 점이다.
이런 불신 확산과 맞물려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이 7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 1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72.8%가 핵무장에 찬성했고, 2024년 2월 최종현학술원 조사에서는 72.6%가 자체 핵무기 보유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2024년 4월 아산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70.9%가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북한 핵무기 300개 목표, 2차 타격 능력 구축
북한은 또한 러시아·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국제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 김정은은 작년 평화통일 가능성을 "죽었다"고 선언하며 남한을 "주요 적, 변함없는 주요 적"으로 규정했다. 지난 11월 이후에는 약 1만2000명의 북한 정예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보내 러시아를 돕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신뢰하는 엘리트 지도부 자녀들로 구성된 이 정예 병력 가운데 약 2000명이 러시아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지도자 추종자들 사이에서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김정은이 이를 두려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재집권과 핵무장론 연결고리
한국의 미국에 대한 불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도 관련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재개 뜻을 밝혔다.
많은 한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리며 김정은과의 만남을 위해 북한이 싫어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서울에서 최근 열린 안보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채텀하우스 규칙에 따라 "한국은 한반도를, 미국은 아시아 지역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역할 나눔에는 딜레마가 있다. 중국의 침공에 대한 미국의 어떤 대응도 더 큰 혼란을 일으켜 평양이 서울을 위협하거나 공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없다면, 평양은 미국의 안보 약속이 공허하다는 전제하에 공격할 수 있다.
NPT 탈퇴와 국제제재 딜레마
이런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한국인들이 독자 핵 능력 확보를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40개의 핵폭탄을 만들 재료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핵무기 제조나 획득이 금지돼 있다.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거나 사려는 시도는 거의 확실히 국제사회의 제재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이 핵 우위를 잃기 전에 선제 공격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배치된 100개의 전술핵무기를 포함해 전 세계 모든 해상·지상 전술핵무기를 빼낸 이후, 통일과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의 꿈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유럽 국가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더욱 긴밀한 외교·안보 관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강화하려고 일본과의 협력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걱정을 나타냈지만, 한국은 아직 NATO의 조치에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WSJ는 "교차로는 새로운 방향의 가능성을 주지만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곳"이라면서 "한국 지도자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