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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조지아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 현대차 '노동 현실' 적나라하게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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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조지아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 현대차 '노동 현실' 적나라하게 드러나

하청·단기비자 근로자 대거 투입에 안전사고 잇따라
노동권 탄압 논란 속 현대차 미국 경제 기여와 일자리 창출도 주목
2025년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공장 근로자들을 밖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번 단속으로 핵심 기술인력 300여 명이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공장 준공이 최소 3개월 지연될 전망이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공장 근로자들을 밖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번 단속으로 핵심 기술인력 300여 명이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공장 준공이 최소 3개월 지연될 전망이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 단속 사건이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현대차 미국 내 노동 환경의 심각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미 현지의 쉬어포스트가 지난 13(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단기 방문 비자 근로자들의 불법 고용 현실, 반복되는 안전사고, 그리고 노조 조직화 저지로 이어지는 노동권 탄압이 미국 내 한국 기업 노동 문제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노동자 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경종으로, 노동 문제 해결 없이는 지속 가능한 투자가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지난 9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475명이 체포됐다.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이민 단속이다. 이 중 300명 가까이는 한국 국적자로 확인됐다.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단기 방문 비자 근로자이다.

체포된 사람들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ICE) 영상에서 손과 발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현장에서 연행됐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도 이번 단속에 포함됐다. 이 공장은 76억 달러(10조 원) 규모 사업으로 조지아 역사상 최대 경제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민자 권리단체 마이그런트 에퀴티 사우스이스트는 이번 단속이 "학교, 주거지, 공항, 직장 등 어느 곳이든 무차별적으로 체포하는 위험한 정부 정책의 일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단기 비자 근로자 고용 문제와 노동 관행


이번 단속은 단기 방문 비자를 가진 근로자들이 포함돼 현대차의 고용 문제를 분명히 드러냈다. 단기 비자는 미국에서의 노동을 허용하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은 첨단장비 설치와 시운전 전문가를 이 비자로 불법 고용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코넬대학교 노동학과 아트 휘튼 교수는 특허나 기술 정보가 담긴 장비 설치 작업에 본국 전문가를 보내는 것은 산업계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조사팀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실무 비자는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 이중 잣대를 쓴다고 비판했다.

안전사고와 노조 회피 문제 계속


현대차는 미국 내에서 안전사고와 노조 회피 논란으로 오랫동안 비판받아왔다. 이번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올해만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34월 말 한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고, 올해 3월과 5월에도 사고가 있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낙하물 충돌, 감전, 파이프 폭발 등 다수 사고를 조사하고 있다.

2005년부터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현지 노조 조직을 막아왔다. 전미자동차노조(UAW)2006년부터 몽고메리 공장에서 노조를 설립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2023년 이후 노조 가입 서명률은 30%에 이르렀으나 아직 조직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일부 현지 노조는 미국인 일자리를 지키려 하면서 한국인 용접공과 배관공 고용에 반발하고 있다. 조지아주의 노동 단체들은 미국인이 해야 할 일을 한국인이 맡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LG·GM 얼티엄셀스 배터리 공장도 안전문제 심각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공동 운영하는 얼티엄셀스 배터리 공장에서도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2022년 한 계약직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졌으며, 화학물질 누출과 화재 사고도 여러 건 발생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202310월 이 공장에 27만 달러(370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포드와 SK온이 함께 운영하는 켄터키 배터리 공장에서도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노조 조직에 나섰고, 8월 선거에서 근소하게 승리했다.

현대차 경영진 호세 무뇨스 최고경영자는 이번 단속으로 조지아 공장 가동이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동원해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를 귀국시켰다.

균형 잡힌 시각도 필요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 내 경제 활동 규모는 200억 달러(267000억 원)를 넘어섰고, 1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835개에 달하는 현대차 미국 딜러사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는 현지 생산과 투자 확대가 지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축이라는 뜻이다.

이번 조지아 배터리 공장 단속으로 드러난 노동 환경과 안전 문제는 비판이 있어야 하지만, 경제적 기여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문제만 부각하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미국 현지에서도 나온다. 실제 조지아 주민들은 현대자동차의 기여를 인정하고 지역 경제의 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노동 현장의 현실과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와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한 바도 함께 주목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되며, 이런 균형 감각이 미국 내에 널리 확산되어야 한미경제 협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