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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폴란드, '나토의 병기창'으로…영국·한국과 손잡고 국방 자립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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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폴란드, '나토의 병기창'으로…영국·한국과 손잡고 국방 자립 '속도'

BAE와 연 18만 발 포탄 공장 건설…K9·크라프 자주포 실탄 자급
K-방산과 '천무' 현지 생산…'동부 방패' 구축해 러시아 견제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영국 BAE 시스템즈가 폴란드에 155mm 포탄 생산 공장을 공동 건설한다. BAE 시스템즈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는 이 공장은 연간 최대 18만 발의 포탄을 생산해 폴란드군 자주포와 나토(NATO) 표준에 맞는 탄약을 공급할 계획이다. 사진=BAE 시스템즈이미지 확대보기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영국 BAE 시스템즈가 폴란드에 155mm 포탄 생산 공장을 공동 건설한다. BAE 시스템즈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는 이 공장은 연간 최대 18만 발의 포탄을 생산해 폴란드군 자주포와 나토(NATO) 표준에 맞는 탄약을 공급할 계획이다. 사진=BAE 시스템즈

폴란드가 영국 BAE 시스템즈와 손잡고 자국에 155mm 포탄 생산 공장을 세우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부 전선의 핵심 군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간 18만 발 생산 능력을 갖출 이 공장은 폴란드의 국방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유럽의 방위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각) 디펜스 포스트에 따르면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영국 BAE 시스템즈는 폴란드에 155mm 포탄 생산 시설을 함께 짓는 협력 관계를 공식화했다. 이번 협력에 따라 BAE 시스템즈는 자사의 최첨단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PGZ에 이전해 폴란드의 포탄 생산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새 공장은 2025년 첫 삽을 떠 2027년이나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특히 BAE 시스템즈가 영국 공장에서 155mm 포탄 생산량을 16배나 늘린 고도의 자동화 생산 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포탄은 나토 표준 규격을 충족하며, 표준 장약, 신관, 뇌관과 호환되도록 설계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PGZ는 한 해 최대 18만 발의 155mm 포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이는 폴란드군이 운용하는 K9 자주포와 크라프 자주포에 안정적으로 탄약을 공급하는 기반이 된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협력으로 핵심 군수품의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해외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BAE 시스템즈의 찰스 우드번 최고경영자는 "이번 계획은 폴란드 국방력 강화에 중요할 뿐 아니라, 나토 동부 전선을 지키는 데 폴란드의 기여도를 한층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나토 동부의 요새' 폴란드의 전방위 국방 현대화


최근 고조되는 안보 위기 속에서 폴란드는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리고 무기 조달과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우며 국방 태세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폴란드는 2025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4.7%에서 2026년 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며 러시아 위협에 맞서고 있다. 국방력 강화를 위한 '동부 방패' 계획을 가동, 벨라루스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와 접한 동부 국경 방어선에 100억 즈워티(약 3조8396억 원)를 투입해 요새, 대전차 참호, 첨단 감시망 같은 물리적·기술적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현재 약 20만 명인 군 병력을 50만 명까지 증원할 계획을 세우는 등 군사력의 양과 질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K-방산'과 손잡은 폴란드, 유럽의 생산기지로


폴란드는 국방력 강화의 핵심 동반자로 한국을 선택했다. 옛 소련제 낡은 장비를 서방 표준의 최신 무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 현대로템과는 2022년과 2025년에 걸쳐 약 9조 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은 폴란드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해 기술 이전과 유지보수 지원까지 포함한다.

2025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WB그룹과 합작회사를 세워 다연장로켓 '천무'와 유도탄을 현지에서 생산하며 유럽 시장에 함께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 이달 초에는 폴란드 국영 군비기술연구소와 155mm 탄약 인증 시험, 기술 전문성 공유, 공동 연구개발 사업 모색에 합의해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폴란드의 이러한 신속한 움직임은 최근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안보 위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얼마 전 폴란드는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소속 추정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러시아가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8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던 중에 일어나, 전쟁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이처럼 PGZ와 BAE 시스템즈의 포탄 공장 건설은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맞서 국방 자립을 이루고, 나아가 나토 집단 안보에 핵심 역할을 하려는 폴란드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