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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CXMT, CXL 메모리 개발 착수…삼성·SK에 정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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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CXMT, CXL 메모리 개발 착수…삼성·SK에 정면 도전

DDR5 양산 경험 발판 삼아 '컨트롤러 외부 조달' 전략 구사
내년 CXL 3.0 시장 개화 앞두고 '무주공산' 선점 경쟁 본격화
중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가 차세대 CXL D램 개발에 착수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정면 도전한다. CXMT는 DDR5 양산 경험을 발판으로 CXL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사진=CXMT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가 차세대 CXL D램 개발에 착수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정면 도전한다. CXMT는 DDR5 양산 경험을 발판으로 CXL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사진=CXMT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인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이어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D램 개발에 착수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CXL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이어서, HBM 시장 진입을 예고한 CXMT의 가세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와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XMT는 최근 국내 반도체 부품 협력사들과 CXL D램 모듈 개발 계획을 공유하고 관련 설계 작업에 돌입했다. 한 주요 반도체 기판 공급사 관계자는 "CXMT와 CXL용 기판에 대한 초기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업계는 CXMT의 이러한 행보를 내년부터 열릴 CXL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한다. 이 소식은 디지타임스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술 매체들이 비중 있게 다루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만 시장조사업체들은 CXMT의 D램 생산량이 해마다 70%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3강 체제가 CXMT를 포함한 4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버 비용 절감 '게임 체인저'… AI 시대 CXL 부상


CXL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D램 등 다양한 반도체를 하나로 묶어 데이터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표준이다. 업계는 특히 내년에 등장할 CXL 3.0을 기점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CXL 3.0이 데이터센터의 총소유비용(TCO)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패브릭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기존 서버 구조에서는 D램 용량을 늘리려면 CPU를 함께 추가해야 해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컸다. 하지만 CXL D램 모듈을 사용하면 필요에 따라 D램 용량만 독립적으로 늘릴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CXL .0부터는 단일 CPU에 대규모 D램을 연결할 수 있어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CXMT가 HBM보다 CXL 시장에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CXL D램 모듈은 D램과 컨트롤러라는 시스템 반도체로 이뤄진다. D램은 공급사 간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범용 제품의 성격이 강해, 서버와 통신하며 데이터 전송과 자원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러의 성능이 CXL 모듈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한다.

CXMT는 컨트롤러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이 분야에 특화된 팹리스 기업에서 조달해 자사 D램과 결합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XMT가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몬타지 테크놀로지 같은 회사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물론 기술 격차는 여전하다. 미국 테크인사이츠 등 분석기관들은 CXMT의 공정 기술이 16나노미터(nm)급에 머물러 있어 선두 업체들보다 2~3년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로 18나노 미만 첨단 장비의 수급과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약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CXMT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과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품질과 생산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장비 국산화까지 시도하며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CXMT가 이미 올해부터 최신 D램 규격인 DDR5 양산에 본격 돌입했다는 점도 빠른 추격을 뒷받침한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DR5 자체의 속도 차이로 최종 CXL 제품의 성능 격차는 존재하겠지만, CXMT가 DDR5를 양산하는 만큼 컨트롤러만 확보하면 CXL 제품 생산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SK, '초격차' 기술로 中 추격 따돌린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XMT의 거센 추격은 HBM과 DDR5 등 첨단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중 CXL 3.0 D램 모듈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네이버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CXL을 적용하기 위한 기술 검증(PoC)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아가 두 회사는 앞으로 CXL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제품 물량이 확대되면,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를 직접 설계·생산하는 내재화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다. CXMT가 내년 HBM3 생산에 이어 CXL 시장까지 빠르게 침투하면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CXMT의 CXL 시장 진출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D램 판도를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