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스위스 중앙은행, 美 빅테크에 58조원 투자…사실상 ‘테크 공룡’

글로벌이코노믹

스위스 중앙은행, 美 빅테크에 58조원 투자…사실상 ‘테크 공룡’

스위스 취리히의 스위스 중앙은행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취리히의 스위스 중앙은행 청사. 사진=로이터

스위스 중앙은행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사실상 세계 최대 기술 투자자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 자산을 해외 주식과 채권에 집중한 결과 전체 자산의 4분의 1가량이 글로벌 주식으로 채워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미국 주식 231조원 보유


1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미국 주식 보유액이 1670억 달러(약 231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5개 기업에만 420억 달러(약 58조 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지분 가치는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 엔비디아는 110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에 이른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전체 자산 규모는 8550억 달러(약 1181조 원)로 싱가포르·카타르 등 주요 국부펀드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아르투로 브리스 교수는 “스위스는 국부펀드가 필요 없다. 중앙은행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스위스프랑 강세 대응 위한 특수 전략


스위스프랑은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위기 때마다 강세를 보여왔다. 올해 들어서만 달러 대비 13% 이상 올랐는데 이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디플레이션 위험을 키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를 막기 위해 외화를 매입하고 그 자금을 해외 주식과 채권에 재투자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프라사라신은행의 카르스텐 유니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 중앙은행은 사실상 ‘해외형 양적완화’를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중앙은행 자산의 약 87%는 외화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3분의 2는 국채, 10%는 회사채, 25%는 주식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행도 주식 보유가 많지만 국내 ETF 위주인 것과 달리 스위스 중앙은행은은 미국 기술주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손실·비판에도 투자 기조 유지


스위스 중앙은행은 투자 방식으로 인해 최근 수년간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미 달러 약세와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2022~2023년 연속 수십 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53억 스위스프랑(약 23조 원)의 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스위스 중앙은행은 포트폴리오 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외부 운용사에 일부 자산을 맡겨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동성과 정책 대응력이 줄어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중앙은행은 국부펀드처럼 해외 주식을 대규모로 들고 있지만 철저히 환율안정이라는 목표에 묶여 있다”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독특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