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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 고용시장 실업률 4.3% 그쳐...이민 급감·고령화로 일자리 필요 수준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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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 고용시장 실업률 4.3% 그쳐...이민 급감·고령화로 일자리 필요 수준 급감

2023년 12만5000개→올해 6만 개로 손익분기점 하락..."깨지기 쉬운 균형" 경고
미국 고용시장이 최근 부정적 지표들에도 노동공급 감소 때문에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고용시장이 최근 부정적 지표들에도 노동공급 감소 때문에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
미국 고용시장이 최근 부정적 지표들에도 노동공급 감소 때문에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런스는 지난 16(현지시간) 보도에서 고용 창출 '손익분기점'2023년 월 125000개에서 올해 6만 개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 고용시장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름 일자리 마이너스 성장에도 실업률 소폭 상승 그쳐


미국 고용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 동안 일자리 증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실업보험 신청이 늘고 있으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실업자 수가 일자리 수를 웃돌았다. 노동통계청(BLS)의 벤치마크 수정에서도 지난 3월까지 12개월 동안 발표했던 일자리 증가에서 911000개를 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지표들이 고용시장 여건의 급속한 악화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노동공급, 즉 일할 수 있는 사람 수가 고용 수요와 함께 줄어들어 고용시장이 당분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균형의 핵심은 고용 창출의 손익분기점이다. 손익분기점은 실업률을 안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매월 만들어야 하는 최소 일자리 수를 말한다. 네이션와이드의 캐시 보스트야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월 125000개를 넘어야 했던 급여 증가율이 올해는 6만 개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보스트야닉은 미국 대형 보험·금융 그룹인 네이션와이드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 이코노미스트로, 미국 고용시장과 경제 동향 분석 전문가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들도 지난달 손익분기점이 월 32000~82000개 범위로 떨어졌다고 계산했다.

이민 급감과 고령화가 노동공급 줄여


손익분기점이 크게 낮아진 주요 이유는 노동공급 급감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은퇴 연령에 이르고 이민 제한으로 새 일꾼 유입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노동공급이 크게 줄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이민 규모는 2023350~400만 명에서 올해 50만 명 수준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다. 거래기록접근정보센터(TRAC) 자료를 보면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이민당국이 매일 평균 930명을 체포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로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하는 하루 3000명 추방이 이뤄지면 2025년 노동공급이 약 100만 명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법 국경 통과도 크게 줄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불법 입국 적발 건수는 25000건도 안 돼 20237211500건에 견줘 크게 줄었다. 외국 출생 미국인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지난해 867.6%에서 올해 866.1%로 떨어졌다.

손익분기점이 6만개라는 것은 고용시장이 급여 자료가 보여주는 것만큼 약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용주들이 지난달 발표한 22000개보다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실업률이 74.2%에서 84.3%로 오른 것처럼 계속 오르지 않는다.

전문가들 "깨지기 쉬운 균형" 경고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깨지기 쉬운 균형'이라고 부르며 주의를 당부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 일종의 "희망적 요소"가 돼 올해 내내 고용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스트야닉은 말했다. 그는 이런 공급 감소가 없었다면 실업률이 4.9%까지 올랐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경제가 지금 균형을 유지하는 데 아주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지 않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낸시 밴든 하우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고령화와 이민 급감으로 실업률을 안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공급은 올해 말과 2026년까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감소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밴든 하우턴은 옥스퍼드의 인구와 노동력 증가 둔화 전망을 바탕으로 내년 손익분기점을 52000개 정도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 고용 상황을 "깨지기 쉬운 균형"이라고 표현했다.

낮은 손익분기점은 해고가 고용시장과 경제에 미칠 위험을 키운다. 손익분기점이 125000개보다 훨씬 높았던 2023년에는 미국 기술회사들에서 19만명 이상이 해고됐지만, 고용시장이 많은 해고자를 흡수했고 실업률이 연평균 3.6%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은 적당한 해고 증가도 더 심각한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 주간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거의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다. 증가분 대부분이 노동절 휴일과 텍사스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밴든 하우턴은 "연속 신청 건수 증가가 몇 주 안정됐고, 100명 이상 고용업체의 60일 전 해고 예고 의무인 WARN(Worker Adjustment and Retraining Notification Act·근로자 조정 및 재훈련 고지법) 공지도 일정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WARN100명 이상 고용업체가 대량 해고나 공장 폐쇄 시 60일 전에 미리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미국 연방법이다.

부진한 고용 환경은 장기 경제 성장 동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밴든 하우턴은 "노동공급 증가는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는 18일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더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금리 인하가 경제 여건을 개선하고 고용시장의 일시적 부진이 더 큰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밴든 하우턴은 "고용시장의 '손익분기점' 추적이 고용 여건에 대한 더 많은 맥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