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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G전자, 2026년 OLED TV 원가 혁신…'프리미엄 대중화'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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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G전자, 2026년 OLED TV 원가 혁신…'프리미엄 대중화' 정조준

고가 '인바' 대신 스테인리스강…DRD 기술로 반도체 칩 절반으로
AI 공정 더해 경쟁력 극대화…중국 저가 공세에 정면 돌파
LG전자가 2026년형 OLED TV의 원가 절감을 위해 핵심 소재를 스테인리스강으로 바꾸고, DRD 기술로 반도체 칩 수를 줄이는 등 혁신 전략을 추진한다. 인공지능 공정까지 더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OLED TV의 프리미엄 대중화를 이끌 계획이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가 2026년형 OLED TV의 원가 절감을 위해 핵심 소재를 스테인리스강으로 바꾸고, DRD 기술로 반도체 칩 수를 줄이는 등 혁신 전략을 추진한다. 인공지능 공정까지 더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OLED TV의 프리미엄 대중화를 이끌 계획이다. 사진=LG전자
프리미엄 TV 시장의 패권 경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LG전자가 2026년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부터 생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가격 문턱을 대폭 낮추는 전략을 본격화한다고 19일(현지시각) 스페인 IT 매체 AV파시온이 보도했다. 고가의 특수 합금 소재를 범용 스테인리스 스틸로 대체하고, 핵심 반도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기술적 혁신에 AI 기반 공정 자동화를 더하는 것이 골자다. 거세지는 중국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 OLED TV의 대중화를 이끌고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다.

소재부터 혁신…'인바'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


LG전자가 추진하는 원가 혁신의 첫 번째 축은 소재 변경이다. OLED 패널의 핵심 부품인 보호용 박막 소재를 기존 '인바(Invar)'에서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꾸기로 했다.

인바는 니켈 36%와 철 64%로 이뤄진 니켈-철 합금으로, 온도가 변해도 크기가 거의 팽창하지 않는 '낮은 열팽창 계수'가 특징이다. 이 덕분에 미세한 온도 변화에 민감한 OLED 패널을 외부 수분과 산소에서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유리기판과의 열팽창률 차이로 생기는 변형을 막는 데 최적의 소재로 꼽혔다.

하지만 인바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55인치 TV에 쓰는 인바 금속판 한 장 가격은 약 15달러다. 반면 이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대체하면 비용은 약 13달러 수준으로, 장당 2달러가량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대당 절감액은 작아 보이지만, 해마다 수백만 대를 생산하는 규모를 생각하면 전체적으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LG전자는 이미 1년 넘게 OLED TV 상단부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적용하며 안정성 및 성능 시험을 하는 등 기술 검증을 마쳤다. 내구성은 인바보다 조금 낮아질 수 있으나,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먼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반도체 칩 절반으로…구동 기술의 전환


원가 절감의 두 번째 축은 내부 전자 부품의 혁신이다. LG전자는 2026년부터 나오는 모든 OLED TV 모델에 'DRD(Double Rate Drive)' 기술을 적용해 화면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 칩 수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TV 화면은 수많은 화소를 제어해 영상을 내보내며, 이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DDI)라는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한다. DDI는 각 화소에 적·녹·청(RGB) 신호를 전달하는 '소스 드라이버 IC'와 신호를 받을 화소를 차례로 선택하는 '게이트 드라이버 IC'로 구성된다.

DRD는 소스 드라이버 IC의 신호 처리 용량을 기존보다 두 배 높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기존 기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화소를 제어할 수 있어, 이론상 DDI 칩을 절반만 쓰고도 같은 화질과 성능을 낼 수 있다.

반도체는 TV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DDI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TV 생산 비용이 직접 떨어진다. LG전자는 기술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판단, DRD 기술을 전면 도입해 내부 전자 회로를 단순화하고 원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AI·공정 효율화로 가격 경쟁력에 날개


LG전자는 소재와 부품 혁신에 더해 제조 공정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함께 편다. 핵심 생산기지인 중국 광저우 OLED 패널 공장의 수율이 크게 오르면서 불량률과 폐기량이 급감한 것이 좋은 예다.

또한 AI 기반 공정 자동화를 넓히고 있다. 부품 재고 관리부터 패널의 미세한 불량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완성된 패널의 색상과 밝기를 실시간으로 바로잡는 과정까지 AI가 처리해 생산 효율을 높이며 원가 절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공정을 아우르는 복합 혁신은 LG전자가 OLED TV 제조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방위적 원가 절감 노력은 지난해보다 80만~90만 대 늘어난 650만~6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올해 대형 OLED TV 판매량을 바탕으로, 2026년에는 공급을 더욱 늘려 시장 점유율을 한층 끌어올리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고가 제품군뿐 아니라 보급형 모델의 가격도 큰 폭으로 내려, OLED TV가 일부 프리미엄 수요층을 넘어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로 들어서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